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서방 국가가 그간 국가로 인정하지 않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등 이스라엘을 압박하며 중동의 정세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연합(UN·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프랑스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두 국가 해법'을 위한 고위급 회의를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주재하며 "우리는 평화의 길을 열어야 한다. 오늘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회의의 안건인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함께 독립 국가로 인정하자는 방안으로,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처음 제안됐다.
프랑스에 앞서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은 21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했고 몰타는 22일 오전 승인 대열에 합류했다. 더불어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 기간에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할 예정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다. 백악관은 22일 동맹국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움직임을 두고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한국 등도 아직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서방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서방 국가 관점에서)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실행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 집권 세력 중 극우파가 많이 있다는 것도 지금 전체적으로 국제사회 여론을 안 좋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평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이라며 "나아가서 유럽은 경제 제재도 생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덕일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도 통화에서 "팔레스타인 하마스(Hamas·수니파 이슬람주의 및 민족주의 정당 및 준군사조직)로부터 먼저 공격을 당한 것은 맞지만 이스라엘의 대응이 지나친 면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팔레스타인과 함께 중동의 화두인 이란도 국제사회와 대화에 나섰다. 이란은 지난 6월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 내 핵시설들을 폭격한 이후로 국회와 헌법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새 법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모든 협력을 중단했다.
그러나 22일 이란 외무부는 아바스 아락치 외무장관이 뉴욕 유엔 본부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만나 "선의와 책임 있는 태도"로 임하겠다는 발표를 두고 진지하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란 반(半) 관영 타스님 통신은 22일이나 23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E3)과 이란이 외무장관급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E3는 2015년 이란 핵 합의 이후 미국의 탈퇴와 제재로 느슨해진 이란 핵 제재안을 복원하는 결의안을 상정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의 움직임이 가져올 변화는 팔레스타인의 경우와 달리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 교수는 "스냅백(제제안 복원)은 막을 수 없다. 이달 말께 발효가 되기에 촉박하다"며 "그러면 아마 유럽 국가와는 사이가 안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결론은 미국하고 협상 타결이 돼야 핵무기 문제가 해결되는데 미국이 협상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실장도 "이란의 요구사항과 IAEA의 요구사항, 즉 사찰 등이 (합의가) 안될 것"이라며 "문제가 해결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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