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인 구금에 시카고 이민 단속…지지자 결집용?
  • 송호영 기자
  • 입력: 2025.09.10 11:22 / 수정: 2025.09.10 11:22
美 연방대법원, 이민자 무작위 단속 허용
학계 "내년 美 지방선거 앞둔 퍼포먼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배경엔 그의 지지 세력인 마가(MAGA)를 결속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단속 배경엔 그의 지지 세력인 마가(MAGA)를 결속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P.뉴시스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잇따른 이민자 단속 배경엔 '지지자 결속'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인 백인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 해결 방편으로 이민 단속에 나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이민자 단속을 공언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를 시작으로 지난달 11일 워싱턴 D.C.에 군 병력을 투입하며 이민자 단속에 나섰다. 최근엔 미국 제3의 도시인 시카고에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더해 이날 미국 연방대법원은 인종·언어·억양 등 특징만으로 불법 체류 여부를 판단해 단속할 수 있도록 판결했다. 총 9명의 연방 대법관 중 6명이 다수 의견으로 단속을 인정했고 3명이 소수 의견으로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 7월 11일 LA 연방법원이 무작위 단속·체포가 헌법 위반이라며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을 뒤집으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명분을 만들어줬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이민 단속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됐다. 비자 면제 프로그램의 일종인 ESTA와 상용·관광 비자인 B1, B2 비자로 우회한 것이 화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단속은 지지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민 단속 지역 대부분이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도시라는 점,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엔 백인 노동자 계층이 상당수라는 것들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이 내년 미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이민 단속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 단속이 내년 미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라고 분석했다. 사진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이민 단속에서 한국인 300여 명이 체포·구금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내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고용의 문제를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강압적인 정책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를 퍼포먼스로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한 방식이 이민 단속"이라며 "내년에 중간 선거가 있기 때문에 일련의 사건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정치적 목적이 있다"며 "마가 세력이 그런 행동을 원했기 때문에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2026년 11월 3일 상원 의원 100석 중 35석, 하원 의원 전체, 주지사 50석 중 36석 등을 선출하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 선거는 사실상 트럼프 정부에 대한 평가로 여겨진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구금 사건이 벌어진 조지아주는 2020년 미 대선에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더 쏠릴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남긴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도 트럼프 정부가 강압적인 조치를 취하고 우리가 해결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측면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매번 그럴 때마다 양보할 수는 없기에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우리가 (미국에) 투자하는데 최소한 (과정을) 이행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s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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