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란의 최대 규모 핵시설인 나탄즈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아 내부에서 방사능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 문제 논의를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대표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란이 최대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던 지상 시설(나탄즈)이 파괴됐다고 보고했다.
나탄즈 지하 농축 시설이 공격받은 징후는 없지만 전력 공급망 공격으로 원심분리기의 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나탄즈 내부 시설에 방사능 및 화학 오염이 발생했다고 했다. 다만 방사능 오염은 적절한 조치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나탄즈 핵 시설은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약 250㎞ 떨어진 곳에 있는 이란 최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다.
그로시 총장은 현재 이란 당국이 포르도 연료 농축 시설과 이스파한 소재 다른 시설들이 공격받았다고 IAEA에 통보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핵시설은 어떠한 상황이나 맥락에서도 결코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의 격화를 피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에게 최대한의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이란은 이스라엘과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스라엘이 외교를 죽이고 협상을 방해하며 이 지역을 더 넓은 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며 "미국을 필두로 이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공모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공격은 전쟁 선포이자 국제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이스라엘 측에선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격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스라엘은 자국의 파멸을 막기 위해 행동한 것"이라며 "우리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고,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집단 학살 정권이 우리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유엔 미국 대표부를 대표해 참석한 맥코이 피트 국무부 국제기구담당국 선임 국장은 미국이 이 공격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서도 공격은 이스라엘의 자기방어적 성격이라고 옹호했다.
러시아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조장하고 묵인해 온 서방측에 책임을 돌렸다.
한국은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현 위기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평화적 성격만을 보장하는 강력한 합의에 도달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다시 한번 즉각적인 긴장 완화와 외교적 해결책을 향한 새로운 추진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