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韓 산불, 최악의 자연재해"...해외 대응 사례는?
  • 이동현 기자
  • 입력: 2025.03.28 22:04 / 수정: 2025.03.28 22:04
"생명·문화재 보호 위한 사투 벌이고 있어"
과거 美·호주도 산불에 국가비상사태 대응
경북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주요 외신들이 한국 최악의 자연재해라며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지난 26일 한반도의 화재 분포도 사진. /미 항공우주국 홈페이지 갈무리
경북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주요 외신들이 "한국 최악의 자연재해"라며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공개한 지난 26일 한반도의 화재 분포도 사진. /미 항공우주국 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ㅣ이동현 기자] 경북 북동부권을 강타한 역대 최대 규모 산불의 주불이 발화 14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주민들의 생활 터전과 문화재 등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외신들은 "한국 최악의 자연재해"라며 연일 소식을 전했다.

영국 BBC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의 산불 진화 상황에 대해 "소방관들이 생명과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이날 산불 진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 위해 별도 코너를 신설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한국 정부 당국은 하루 만에 규모가 두 배로 커진 산불과 싸우고 있다"며 "이는 한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재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화재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로 인해 크게 번졌다"며 "약 356㎢가 넘는 토지가 소실됐는데 이는 한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토지 손실 기록 중 가장 큰 규모"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000년이 넘은 사찰 두 곳이 완전히 불타버렸다"며 "소방관들은 가능한 한 많은 유물과 유적지를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소된 의성 고운사에 대해서도 알렸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위성 사진을 공개하며 "안동,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한반도 일부 지역을 휩쓸었다"고 전했다.

일본도 이번 한국의 산불에 대한 소식을 매일 전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 각지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가운데 강풍 등의 영향으로 진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경상북도에 위치한 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사찰이나 천연기념물 등에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지난 26일 오후 경상북도에서 진화 작업을 하고 있던 헬리콥터가 추락해 헬리콥터의 운항이 2시간여 동안 전면적으로 중단됐다"며 "이 때문에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한 곳도 있으며, 많은 주민이 피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전례 없는 산불에 정부의 대응과 지원책 마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최근 대규모 화재가 잇따르며 각국 정부는 피해 대응·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울산·경북·경남 산불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모니터에 산불 발생 현황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전례 없는 산불에 정부의 대응과 지원책 마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최근 대규모 화재가 잇따르며 각국 정부는 피해 대응·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울산·경북·경남 산불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4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모니터에 산불 발생 현황이 표시되고 있는 모습. /임영무 기자

정부는 이번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최대로 가동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8일 경북 안동시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찾아 "산불 피해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모든 재정적 지원과 행정적 뒷받침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과거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해외 국가들은 재난지역이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이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 예방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23년 8월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라하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이로 인해 최소 102명의 사망자를 내고 2200여 채의 건물이 불타 미국에서 발생한 100년 만에 가장 치명적인 화재로 기록됐다.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은 하와이를 재난지역으로 승인하고 화재 진화 이후 복구를 위한 연방 차원의 지원을 지시했다. 이 조치로 하와이 지역에서 화재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 연방자금이 지원됐다. 바이든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임시 주거시설 제공, 주택 수리 지원, 피해 복구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저금리 융자 제공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냈다.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는 송전선의 관리 부실이 지적됐다. 또한 산불 발생 당시 마우이섬에 설치된 80여 개 이상의 비상 사이렌이 작동하지 않아 주민 대피가 지연됐다. 이에 하와이 주정부는 산불 예방 및 대응 체계의 전면 재검토와 비상 경고 시스템의 개선, 전력 인프라 관리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했다.

호주 또한 지난 2019년 9월에서 2020년 2월에 걸친 대규모 산불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19년 9월 호주 남동부 지방에서 발생한 산불은 진화까지 5개월이 넘게 걸렸다. 산불로 소실된 면적은 약 1800만㏊(헥타르)로,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수준이며 호주 전체 산림 면적의 14%가 불탔다.

당시 호주 정부는 산불 위기 대응책으로 2020년 1월 3일부터 7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와 함께 '국가산불복구청'(National Bushfire Recovery Agency)를 신설해 20억 호주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예산은 산불로 전력 수급 등이 불가능한 지역에 전력 공급, 이재민 대피소 운영 및 의료 서비스에 충당됐다.

이 산불로 호주 정부는 화재 경고 체계의 정교화에 나섰다. 6단계로 분류된 단계별 화재 경고 시스템을 통해 국민행동요령을 명확히 정의하고 산불이 예상되는 경우 각 지역에 적용되는 화재 위험 등급을 매일 발표하고 있다.

koifla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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