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남윤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고성 속에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2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과 종전 협상 문제를 놓고 "무례하다"고 지적하는 등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며 충돌했다.
AP·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과거 사례 등을 이유로 들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신뢰해선 안 된다며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에 대한 신뢰를 들어내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양측 정상은 약 50분 간 진행된 회담에서 외교 문제를 두고 마지막 10분 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결국 서명 절차만 남겼던 광물 협정은 합의 없이 조기 종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해 "푸틴은 25번이나 자신의 서명을 어겼다"며 "단순한 휴전 협상은 수용할 수 없다. 안전보장이 없으면 그것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광물 협정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위해 실질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주는 첫 문서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푸틴은 살인자이며 테러리스트"라며 "살인자와 우리 영토에 대해 어떤 양보도 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듭 안전보장 문제를 거론하자 "당신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 당신 스스로 그렇게 나쁜 위치에 있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은 수백만명과 3차 세계 대전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며 "당신 나라에는 큰 문제가 있으며 당신은 이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거론하며 "만약 미국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2주 만에 졌을 것"이라며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평화협정에 관해 "당신은 그것(전쟁)에서 나올 좋은 기회"라면서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 카드도 없다. 협상하거나 아니면 우리는 빠질 것"이라며 목소리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무례하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어떻게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오바마와 바이든은 존경하지 않지만 나는 존경한다"면서 푸틴 대통령이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측 정상은 50분 정도 진행된 공개 모두 발언에서 설전을 벌인 후 현장 취재진을 내보냈다. 이후 예정된 오찬 회담과 광물 협정 서명식 및 공동 기자회견도 파행으로 끝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1시 16분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하 준비가 안 돼 있다"며 "그는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됐을 때 다시 올 수 있다"고 글을 올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시 40분께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답없이 백악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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