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200㎞ 앞까지 접근, 벨라루스가 중재
푸틴에 '혼란' 추가, 우크라이나에 '유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으로 추락하며, 우크라니나 전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뉴시스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가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으로 추락했다.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마무리됐지만, 모스크바 200km 앞까지 접근했다는 점과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스푸트니크,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러시아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벗어나 러시아로 진입하며 반란을 일으켰고, 푸틴 대통령은 이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고 모스크바 등지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푸틴 대통령의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은 모스크바를 약 200km 남겨 둔 상황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일단락됐다. 프리고진은 24일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그들은 바그너그룹을 해체하려고 했고, 우리는 23일 정의의 행진을 시작했다"며 "하루 만에 모스크바에서 거의 200km 내까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어느 한 쪽 러시아인의 피를 흘리는 데 따르는 책임을 이해하기 때문에 계획대로 병력을 되돌려 기지로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과 바그너그룹 용병들에 대해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도 여러 해석을 낳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과 바그너 병사들에 대한 형사입건은 취소될 것"이라며 "대통령의 말이 그가 벨라루스로 떠날 수 있다는 보장"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협상이 타결됨으로써 추가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유혈사태를 피하는 게 책임자 처벌보다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망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ABC, CNN 등 방송에 출연하며 이번 러시아에서 벌어진 무장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푸틴 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그는 "푸틴의 권위에 대한 직접적 도전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을 목격했다"며 "러시아에 더 많은 균열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푸틴은 몇 주 혹은 몇 달에 걸쳐 대응해야 할 온갖 종류의 새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프리고진 프레스 서비스가 제공한 영상 캡처 사진에 24일(현지시각) 러시아 용병그룹 바그너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축출을 목표로 무장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은 자신과 부대원들이 로스토프나도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
바그너그룹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반란을 일으킨 프리고진과 용병들은 우크라이나 전장을 떠나 벨라루스로 망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블링컨 장관은 이들의 거취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블링컨 장관은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 남을지, 러시아 정규군에 통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적어도 푸틴에 혼란이 추가됐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벨라루스의 중재로 용병 반란 사태가 하루 만에 일단락했지만,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 군인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전쟁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국영 로시야 TV와 인터뷰에서 "국방부 관리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며 "'특별군사작전'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는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의 모든 계획과 임무를 실현하고 있는 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