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몸을 맡긴 채 열정적으로 랩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핀업스타' 홍혜진 원장

[신원엽 기자] 분홍색 민소매 셔츠와 핫팬츠 차림의 여성이 의자 위에 앉아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춤을 춘다. 화려한 음악적 선율에 몸을 맡겨 의자와 하나가 된다. 유연한 허리와 긴 다리를 활용해 다채로운 동작을 연출한다. 말만 들으면 단순하게 야한 춤을 추고 있는 여성을 묘사하는 듯 들리지만 실제 바라본 그의 눈빛과 뺨을 타고 흐르는 구슬땀에서 진지함이 묻어 나온다.

최근 랩 댄스가 각광받고 있다. ‘무릎’이란 뜻의 '랩(Lap)'과 '춤(Dance)'의 합성어다. 일반인들은 성인 클럽에서 스트리퍼들의 손님들의 눈요깃거리로 추는 춤 정도로만 알고 있다. 하지만 서양 문화권에서는 대중들이 즐겨하는 다이어트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요가와 벨리댄스에 이어 랩 댄스가 생활 체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랩 댄스는 국내에 도입 된지 약 5개월이 지났다.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가파르다. 연 중 랩 댄스를 주제로 한 크고 작은 대회도 열리고 있다. 이처럼 랩 댄스가 연착륙에 성공한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가 있다. '핀업스타' 홍혜진(32) 원장이 주인공. 그는 랩 댄스를 동양인의 신체 구조와 정서에 맞도록 변화시키는 연구를 1년 이상 해왔다. <더팩트>은 8일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랩 댄스 연습실에서 홍 원장을 만났다.

▲최근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랩댄스는 즐겁게 춤을 추면서도 운동적인 효과가 상당하다

◆ 랩 댄스, 여성들의 관심도↑ "이런 춤도 있구나"

홍 원장은 2007년 시드니에 있는 한 체육 대학에서 벨리댄스 강사로 일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다른 춤을 배워보고 싶었어요. 랩 댄스를 처음 접했을 때 야하다는 생각을 했었죠. 현지 친구들이 설득을 해서 한번 경험해 보기로 결정했죠. 막상 해보니 매력적인 춤이더라고요"라며 웃음 지었다.

이후 랩 댄스의 독특한 매력에 빠진 홍 원장은 쉽게 헤어 나오지 못했다. 계획했던 시간을 훌쩍 넘겨 1년 8개월 동안 시드니에 머물렀고 결국 랩 댄스 강사 자격증까지 땄다. 2008년에 귀국해 벨리댄스 무대로 다시 나섰지만 틈틈이 랩 댄스의 국내 보급을 위해 노력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연구에 착수한 그는 홍콩 연수를 통해 마무리 작업을 했고 올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기점으로 랩 댄스를 세상에 알렸다.

"성공 가능성을 반반으로 두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여성들이 랩 댄스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랐어요. 5개월이 조금 넘었는데 회원 수가 약 30명이고 마니아층도 생겼죠. 10년 이상 된 벨리댄스와 비교해보면 놀라운 결과에요. 도전해보니 '이런 춤을 출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시니까 재미있어 하시죠."

▲랩댄스는 여성의 섹시미를 발산 시킬 수 있는 동작들이 많아 부부 생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싸운' 부부도 '신혼'으로 만드는 마술 같은 춤?

홍 원장이 꼽는 랩 댄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파워 스트레칭 댄스에요. 요가를 할 때 얻을 수 있는 스트레칭 효과와 아크로바틱의 근력 운동이 동시에 이뤄지죠. 스트레칭은 다른 운동과 달리 몸 속 까지 전달이 되죠. 춤을 추면서 운동도 할 수 있고, 여성의 섹시한 매력을 끌어 올 수 있는 것이 최고의 매력 이죠"라고 말한다.

홍 원장의 랩 댄스를 지켜봤다. 긴 다리와 함께 골반, 어깨를 활용한 동작이 많았다. '춤'이 아닌 '운동'이라는 그의 설명이 이해됐다. 강렬하고 몸을 꼬는 동작이 많아 부상의 위험성도 느껴졌다. "자세히 보시면 동작 하나 하나가 굉장히 천천히 연결돼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함이죠. 안전하면서도 화끈하게 운동할 수 있는 것이 랩 댄스의 장점 중 하나랍니다(웃음)."

홍 원장의 랩 댄스 칭송은 계속됐다. "다른 춤에 비해 일상에서 가장 활용도가 많은 춤이라고 생각해요. 수강생들에게 들었는데 남자친구 또는 남편이 화가 났을 때 이벤트로 춤을 선보이면 효과 만점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회원은 남편에게 랩 댄스를 보여줬더니 신혼으로 돌아갔다고 하세요"라며 귀띔했다.

▲홍혜진 원장은 랩댄스로 대한민국 부부들의 평화 전도사가 되고 싶은 당찬 포부가 있다

◆ "랩 댄스로 대한민국의 평화 전도사가 되고파"

홍 원장도 처음부터 댄스 스포츠를 전공한 것은 아니다. "일본어를 전공했어요. 졸업 후 호텔에서 잠시 일했었죠. 그런데 제가 몸이 약했어요. 이상하게 들리시겠지만 호텔이 너무 추워서 그만 뒀어요.(웃음) 에어컨 바람에 민감하거든요"라며 "호텔을 그만두고 나서 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어요. 벨리댄스를 접하게 됐죠. 몸이 상당히 좋아졌고 계속하다보니 랩 댄스 강사까지 하게 됐네요. 제 성격이 보수적이거든요…말 못할 고민과 걱정도 많았어요"

랩 댄스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지만 '야한 춤'이라는 대중들의 인식에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친구들도 이 일을 걱정했어요. 아직까지는 음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죠. 벨리댄스나 요가도 마찬가지였어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라며 "'1년에 빵하고 터뜨리겠다'는 식으로 당장 어떻게 해보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마니아층 위주로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싶어요. 열심히 하다보면 더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겠죠.(웃음)"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홍 원장은 랩 댄스로 대한민국 부부들의 평화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행복한 가정과 화목한 나라를 이루고 싶다는 어린 소녀 같은 대답 속에 진심이 엿보였다.

<글 = 신원엽 기자, 사진 = 노시훈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wannabe25@media.sportssep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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