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엽 인턴기자] 그가 웃자 주위가 밝아졌다.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신한은행 여자농구단 숙소. 이날 열린 2010~2011시즌 여자프로농구(WKBL) 시상식을 마치고 돌아온 최윤아(25)는 많이 피곤해 보였다. 그러나 기자를 보자 표정이 달라졌다. 빼어난 실력과 함께 수많은 남성 팬의 시선을 사로잡은 '살인미소'를 작렬하며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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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들의 마음을 녹이는 미소로 포즈를 취한 최윤아/노시훈 기자 |
미소가 아름다운 선수 최윤아. 소속팀 안산 신한은행이 구리 KDB생명과의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여자 프로농구 5연패의 위업을 달성하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은 선수가 바로 그다.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의 기록으로 꼽히는 5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 중심에는 '포스트 전주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최윤아가 있었다.
◆ '레알' 신한은행의 독주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우승 축하 인사를 전하며 '신한은행 독주 체제가 너무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건넸다. 그러자 "우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왜 그러세요?"라며 농담으로 받아치고 밝게 웃는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위기의 순간들을 잘 헤쳐 나갔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한 시즌 동안 농구 외에 별다른 기억이 없을 정도예요"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약팀으로 옮겨 강팀으로 만들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가끔 생각해 보긴 했어요. 하지만 우리 팀이 처음부터 강한 팀은 아니었거든요. 팀 전체가 열심히 하다 보니 강해진 거죠"라며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고 저도 나이가 들고 있는데, 제가 팀에서 또다시 해야 할 역할과 도전이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최윤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8강의 주역으로 과감한 플레이와 깜찍한 외모로 단숨에 '여자농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2008~2009시즌에는 정규시즌 MVP로 뽑히는 등 리그 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라섰다. 최윤아에게 전주원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은 빼놓을 수 없다. 침착한 플레이 메이킹과 볼 흐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모습, 그리고 중요한 상황에서 3점슛을 꽂아 넣는 클러치 슈터의 모습까지, '제2의 전주원'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최근 일고 있는 전주원 은퇴설은 최윤아의 심경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잘 모르겠어요"라고 운을 뗀 뒤, "매년 은퇴설이 들려서 부담이 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니까요"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농구 팬들은 최윤아가 선배 전주원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올라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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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윤아는 이상형으로 박지성을 꼽으며 활짝 웃었다./노시훈 기자 |
◆ "남자 친구요? 없어요, 남편 원해요"…이상형은 '박지성'
"남자 친구요? 없어요, 대체 왜 제가 인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대시하는 남자도 없어요. 하지만 빨리 연애하고 싶어서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에요."
최윤아가 선호하는 남성 스타일에 대해 묻자, "제 이상형은 박지성 선수예요. 저는 성실하고 자기 일에 몰두하는 남자가 멋있더라고요"라며 성실을 기반으로 유럽 무대에서 성공을 이룬 박지성을 연신 외쳤다. 실제로 그는 휴가 기간 새벽 시간에 방송되는 유럽 축구를 챙겨볼 정도로 팬이기도 하다.
취미는 '맛집 찾기'라고 한다. 지인들과 수다를 떨며 음식을 곁들이는 것을 즐긴다. 영화 보는 것과 여행을 다니는 것도 항상 꿈꾸는 영락없는 20대 여성이다. 자연스레 그의 연애 스타일도 궁금했다. 그러자 "데이트 비용이요? 여자가 남자한테 받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의 여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면 된다고 생각해요(웃음)"라고 답한다.
남자 친구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지체 없이 '결혼'이란다. 그는 "이제 만나는 사람은 남자 친구가 아니라 남편 아니겠어요?(웃음)"라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참에 미래의 남편에게 하고픈 말을 요구하자, "운동하는 나를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줬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리고 나를 굶기지 않을 만큼의 능력 있는 사람이면 괜찮고요. 내가 최대한 잘해 줄게요.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어서 만나자고요(웃음)"라며 생긋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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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에 골인할 남자를 찾고 있는 안산 신안은행의 주전 가드 최윤아./노시훈 기자 |
◆ 운동선수에서 여대생 변신? "큰 꿈이 있어요"
올해는 또 다른 직업(?)을 얻었다. 25살의 나이로 한남대 생활체육학과에 입학해 늦깎이 신입생이 된 것이다. "학교를 조금 더 일찍 가고 싶었지만 여건상 쉽지 않았어요. 어렵게 시작한 만큼 제대로 하고 싶어 채찍질을 가하고 있는 중이에요.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얼떨떨해요."
최윤아는 꿈이 있기에 뒤늦게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대학 입학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내린 결정은 아니에요. 큰 꿈을 이루기 위해선 대학이 꼭 필요했어요. 아직 꿈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 말은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면서 꿈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밀었다고 판단됐을 때 얘기할려고요"라고 답한다.
평범한 여대생 최윤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실 1주일에 1~2번 밖에 못가요. 하지만 다들 반겨 주시고 교수님도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꿈도 못 꾸죠.(웃음) 하지만 교내 체육대회에서 발야구에 참가해 보고 싶어요."
꿈이 있기에 지금의 발걸음이 더 이상 무겁지 않다. 1년 중 11개월을 코트 위에서 보내지만 먼 훗날 그려질 또 다른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향해 대학 생활을 병행하며 당차게 걷고 뛰고 싶어 한다. '포스트 전주원'으로 불리며 이미 한국 여자농구 최고 수준의 포인트 가드로 성장한 최윤아. 실제로 만난 그는 진정한 한국 여자 농구의 미래를 대표하는 '작은 거인'이었다. "응원해 주신 신한은행 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내년에도 좋은 활약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신원엽 인턴기자, 사진 = 노시훈 기자>
◇ 최윤아 프로필
▲출생=1985년 10월24일 대전 ▲가족관계=최대우(50), 김성옥(50)씨의 1남1녀 중 막내 ▲체격=170㎝, 62kg ▲학력=서대전초-중앙여중-대전여상-한남대 생활체육학과 ▲ 경력=현대건설(2003년 입단), 신한은행(2005년~) ▲수상내역= 05겨울 우수후보상, 07~08시즌 여자프로농구 4라운드 최우수선수상, 08~09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정규리그 베스트5-정규리그 자유투부문1위 ▲별명=국민여동생, 발차기 소녀, 문근영 ▲좌우명=불광불급(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