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현회기자] 군복무 시절 특등사수로 이름 날렸던 본 기자.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번에는 인터뷰 상대를 제대로 만났다. 한국 사격을 20년은 족히 이끌 에이스 이호림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쉴 틈도 없이 다시 국가대표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그녀가 독자들을 위해 짬을 냈다.

반갑다. 특등사수 출신 김현회 기자다.
반갑다. 나는 국가대표 사격선수 이호림이다. 현재 한국체육대학교에 다니고 주종목은 10m 공기권총이다.
2008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바로 전국체전 준비에 나서 이번 올림픽의 아쉬움을 전국체전 10m 권총 금메달과 25m 5위로 달랬다. 다른 종목 선수들은 전국체전이 끝나고 휴식기를 갖지만 사격은 바로 대표팀 소집이 있어 현재에는 전남 나주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전지훈련 중에 오늘처럼 서울로 올라올 수도 있나. 괜히 우리가 무리한 인터뷰 부탁을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다. 내가 치과 치료를 받고 있어 주말을 이용해 잠깐 서울에 올라 왔다.
당신의 주종목이 공기 권총이라는데 화약총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화약총은 화약을 사용한 실탄이 들어 있어 반동이 세고 위험하다. 하지만 공기총은 그에 비해 위험이 덜한 반면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경기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사실 ‘땀을 흘려야 스포츠다’라고 생각하는 일부의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격 선수는 체력 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리도 체력 훈련 많이 한다. 근성을 키우기 위해 등산도 자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한 매주 수요일은 다 같이 모여 구기 운동을 하는 것도 훈련의 일환이다. 사격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무거운 아령을 한 손으로 들고 버티는 훈련도 많이 했다.
혹시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당신만의 방법이 있나.
나는 자기 전에 머릿속으로 사격을 한다. 표적을 그리고 총을 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선수가 이런 방식으로 집중력을 기른다.
머릿속으로는 나도 만점을 쏠 수 있다. 그렇다면 시합 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집중하는지 궁금하다. 청심환이라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시합 전에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생각을 많이 하면 여러 잡다한 생각을 많이 하게 돼 그냥 머릿속을 비우는 것이 가장 좋다.
사격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시청하다 우연히 강초현 선수를 봤다. 은메달에 그치고도 해맑게 웃는 강초현 선수를 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사격부를 모집하고 있었다. 전문적인 사격부가 아니라 매주 목요일 오후에 실시하는 특별활동이었다. 강초현 선수의 모습도 떠올랐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총을 처음 잡았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초등학교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해 하는 것이라 크게 신경 쓰지는 않으셨다.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사격 시작 1년 만에 전국대회 3관왕을 한 것도 ‘재미삼아’였나.
중학교 진학 전, 겨울방학을 이용해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른 사격 선수들보다 조금 일찍 시작한 셈이다. 당시에는 멋도 모르고 코치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잘 맞았다. 연맹회장기, 봉황기, 문화관광부 장관기 여자 공기권총 부문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지난주 인터뷰에서는 전지수 선수가 운동 시작 1년 만에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당신들 정말 왜 그러나. 1년 동안 펀드 반 토막 나고 여자친구까지 떠난 나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힘내라(웃음). 나도 힘들 때가 있었다.
나에게 용기를 줘라. 당신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나.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그땐 정말 엄청난 양의 훈련을 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사격 훈련을 하고 체력 훈련까지 마치면 밤 9시가 넘었다.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놀지도 못해 사격을 그만 두고 싶어 울기도 했다.
오 저런, 그때 당신이 힘을 낼 수 있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엄마가 그냥 억지로 시켰다(웃음).
그랬군.
하지만 점점 크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내가 하는 사격은 다른 사람 모두에게 주어진 재능이 아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갖고 운동을 했더니 운동이 재미있어졌다.

최근에는 어디서 사격의 재미있게 찾고있나.
솔직히 사격은 혼자서 하는 경기라 나 자신이 지루할 때가 가끔 있다. 훈련을 하면서 다 쓴 실탄 깡통 맞추기 내기를 자주 하는데 내가 내기에 약해 점심이나 아이스크림을 자주 산다. 그래도 내기 사격은 재미있다.
혹시 징크스가 있나.
징크스는 없다. 징크스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다.
국내 사격 10m 종목에서는 당신의 적수가 없다고 들었다. 당신이 거둔 성적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세 개만 말해 달라.
2005년 밀라노 월드컵 금메달, 2006 도하아시안게임 단체 동메달, 200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꼽고 싶다.
혹시 그 위대한 능력을 일상생활에서 써먹어 본 적은 없나.
친구들과 유원지에 놀러 갔는데 총으로 인형을 맞히는 게임이 있었다. 친구들이 “너 국가대표 사격 선수인데 한 번 해봐. 여기 인형 다 따가자”고 해서 총을 쏴 봤는데 잘 안 맞더라. 나는 가늠자와 가늠쇠를 맞춰 정조준을 하는데 장난감 총을 정석대로 해 쐈더니 다 빗겨났다. 오히려 친구들이 더 잘하더라. ‘스페셜 포스’도 해봤는데 멀미나서 못 한다.
군미필 독자를 위해 군대 가서 총 잘 쏘는 법 좀 전수해 달라.
나는 10m와 25m만 쏴 봐서 몇 백m 거리의 표적 맞히는 비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조준선 정렬이 사격의 기본이라는 사실만은 강조하고 싶다.
군대에서는 바둑알을 총열에 올려놓고 훈련을 하기도 한다.
정말인가? 그 조그마한 바둑알을? 처음 듣는 소리고 어려울 것 같지만 훈련 효과가 있긴 할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해봐야겠다.
남자친구로 사격 선수는 어떤가.
같은 계통에 있는 사람은 싫다. 만약에 헤어질 경우 굉장히 불편할 것 아닌가. 그리고 사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심하다.
당신도 사격 선수다.
나는 약간 소심하다(웃음).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당신이 2004 아네테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내도 될까.
이제는 괜찮다. 당시 1,2위가 올림픽에 나가는 국내 예선에서 4차전까지 나는 2,3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5차전에서는 일반부가 시합을 먼저 하고 내가 속한 고등부는 바로 다음 날 경기를 하게 됐다. 나와 2,3위를 다투던 일반부 언니가 굉장히 저조한 성적을 쏴 나는 평소 점수만 기록하면 올림픽에 나가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올림픽이 큰 대회인 줄도 몰랐는데 주위에서 자꾸 ‘올림픽은 엄청난 대회다. 잘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어린 마음에 그 소릴 듣고 그 언니가 잘 못 쐈다는 소식까지 들었으니 얼마나 긴장을 했겠나. 결국 경기에서 실수를 해 올림픽을 못 나가게 됐다. 그게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아테네올림픽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면서는 어떤 생각을 했나.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훈련만 했다.
4년이 흐른 뒤, 이번 2008 베이징올림픽 국내예선은 어땠나.
그때는 자신 있었다. 10m와 25m 두 종목 모두 1위로 올림픽 본선에 나갔다.
많은 이들이 당신을 유력한 메달리스트로 지목했었는데.
10m는 21위, 25m는 17위를 했다. 순위도 안보고 나왔다.
부진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생각하나.
처음 나가는 올림픽이라 긴장을 엄청 많이 했다. 엄청난 관중과 중계 카메라, 사진 기자가 내 등 뒤에 느껴졌다. 그 환경에 심리적으로 압도당했다. 월드컵 사격대회도 큰 무대인데 그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긴장감이었다.
경기를 마치고의 기분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경기 전날부터 바짝 긴장해 잠도 오지 않고 가슴이 콩닥거리고 난리를 피웠는데 막상 겨익가 끝나니 굉장히 허무했다. 그날 충격을 받고 엄청 울었다. 하지만 베이징까지 응원 오셨던 부모님이 “잘했다. 괜찮다”고 위로해주셔서 차츰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차피 지나간 일이지만 당신이 만약 베이징올림픽에서 평상시의 기록을 쐈다면 몇 위 정도였나.
당연히 금메달이었다(웃음).
당신은 이제 겨우 21살이다.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도전하고 싶다. 다음 올림픽에 나가면 이번보다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사격은 30살이 넘어서도 거뜬한 운동이다. 국내에도 40대 선수가 여럿 있다. 총만 잘 쏜다면 앞으로 20년은 거뜬하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아직도 다섯 번의 올림픽이 더 남았다.
그 안에는 꼭 금메달을 따겠다(웃음). 운동선수라면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아닌가.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한마디 해 달라.
이번 전지훈련을 잘 마친 뒤 푹 쉬고 싶다. 그 후에는 다시 열심히 준비해 2년 후 열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쉼 없이 달려나갈 생각이다. 비록 지금까지는 실수가 있었지만 시행착오였을 뿐이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앞으로도 매 시합, 매 대회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90minutes@tf.co.kr
<사진 = 이승훈기자, 대한사격연맹 제공, 동영상 = 김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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