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회복, 진실규명 외치는 이기흥 회장의 반격
국정감사 이슈로도 등장

[더팩트 l 유병철 전문기자]
두 회장에 대한 정반대 결정
# 지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기간 중 전현직 대한체육회장에 대한 상반된 뉴스가 나왔습니다. 첫 번째는 이기흥 전 회장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9월 1일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등 7개의 혐의를 받는 이 전 회장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 사실이 21일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죠. 이기흥 전 회장 쪽의 설명에 따르면 이 불송치 결정은 검찰에서도 수용돼 그에 대한 수사는 공식적으로 종료됐습니다. 두 번째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같은 달 29일 서울경찰청(금융범죄수사대)에 유승민 회장에 대한 재수사를 통보한 일입니다.
톱다운 vs 다운톱
# 두 사건은 체육단체장의 비리 의혹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들여다 보면 다른 점이 많습니다. 일단 수사의 시작이 정반대입니다. 먼저 이기흥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전형적인 톱다운 방식이었습니다. <참조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윤석열 정부와 대한체육회’> 이기흥 전 회장은 한때 윤석열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 유인촌 장관이 부임한 이후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사퇴압력을 받았고, 국무조정실 등 국가기관이 중심이 돼 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반면 유승민 회장의 비리 의혹은 아래로부터 촉발됐습니다. 몇몇 탁구인이 스포츠윤리센터에 고발했고, 스포츠윤리센터는 6개월의 조사 끝에 유승민 김택수(당시 대한탁구협회 부회장) 정해천(동 협회 사무처장) 등에 대해 대한탁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이를 본 시민단체 2곳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현직 탁구지도자도 고발장을 접수했습니다.

망신주기
# 두 회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태도도 사뭇 달랐습니다. 2024년 11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의 비위를 점검했고, 이 과정에서 이기흥 전 회장이 지인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부정하게 채용하고, 체육회가 쓴 비용 일부를 산하 종목단체에 대납시키는 등의 문제를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경찰 수사와 별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무조정실 조사내용을 기반으로 이기흥 전 회장을 직무정지시켰습니다.
이후 이 전 회장의 자택을 포함해 8곳이 압수수색을 당했고, 경찰은 물론, 검찰, 감사원, 세무당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12개 국가기관이 조사했죠. 이 전 회장의 지인 수십 명도 조사를 받았는데, 한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가 급사하기도 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군사작전 하듯 수사가 진행됐다. 굉장히 폭력적인 과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최종 무혐의(불송치) 결정이 나오자 언론에서 ‘망신주기 수사, 사실이었나’(헤럴드경제) 등의 제목이 나온 까닭입니다.
봐주기 의혹
# 반면 유승민 회장에 대한 조사는 수 차례의 압수수색과 수십 명의 참고인 조사가 있었고, 1년 3개월이 넘게 진행됐지만 석연치 않았습니다. 유승민 회장의 소환수사는 단 한 차례, 그것도 3시간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이 경찰 출신의 한 인사가 대한체육회 어드바이저로 임명됐고, 유승민 회장과 함께 다니는 일이 많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지난 6월 30일 금융범죄수사대는 유 회장이 대한탁구협회장 시절 부당한 인센티브 제도 운영, 국가대표 바꿔치기 등의 혐의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예상밖이었죠. 이에 체육시민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는 7월 14일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사실상 체육계 카르텔에 면죄부를 갖다 바쳤다’고 규탄했습니다. 유승민 회장이 인센티브 지급에 대해서는 결정권이 없고, 국가대표 바꿔치기에 대해서는 정당한 권한을 행사했다는 경찰의 이중적인 판단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즉,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였다는 것이죠.

이기흥 전 회장의 반격
#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사건은 2025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공통분모로 향후 진실규명이 뜨겁게 전개될 것 같습니다. 최근 이기흥 전 회장이 신문, 방송 등 미디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 정부의 부당한 체육개입’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당초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체육회장 후보가 있었고, 이기흥 회장이 이를 거부하니 망신주기 수사가 진행됐다. 부당한 계엄선포로 인한 나라가 들썩이면서 정부측 후보가 마땅치 않았고, 유인촌 장관의 문화체육관광부는 결국 유승민 후보를 지원했다. 유승민 회장의 당선 이후 대한체육회는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기흥 전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4년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반면 유승민 회장의 대한탁구협회장 시절 비리는 경찰 단계에서 무마됐다.’는 내용입니다.
국정감사 이슈로 등장
# 대한체육회장 선거개입과 관련해서는 이미 청와대에 체육계 132명의 탄원서가 접수됐고, 일부 조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한 대로 ‘유승민 회장 비리’는 다시 경찰로 되돌아갔죠. 지난 10월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 국정감사 때는 권영진 국회의원(국민의 힘)이 '경찰의 수사가 미진해 검찰의 재수사 결정이 나왔다. 불송치 결정 직전에 담당수사관이 변경됐다.'며 향후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체육계는 끊임없이 이슈가 터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체육계 리더십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치권력과 전현직 체육회장이 엮인 혼란의 실타래가 조만간 명쾌하게 풀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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