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투어 춘추전국시대, 15개 대회 챔피언 15명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5.06.19 06:27 / 수정: 2025.06.19 06:27
시즌 절반 소화 시점 2승자 단 1명도 없는 이례적 현상
신진 세력들 분전으로 판도 변화, 올시즌 첫 다승은 누가?

지난해 무려 7승을 기록했던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 올시즌에는 아직 우승이 없이 준우승만 두차례 했다. /AP.뉴시스
지난해 무려 7승을 기록했던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 올시즌에는 아직 우승이 없이 준우승만 두차례 했다. /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올시즌 LPGA투어가 뚜렷한 강자없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혼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여자 프로골프 세계 최고봉인 LPGA투어는 올해 총 32개의 대회(국가대항전인 한화라이프플러스 인터내셔널크라운 제외)가 예정돼 있는데, 지난 16일 끝난 마이어LPGA클래식까지 모두 15개가 치러진 현재, 15명의 서로 다른 챔피언이 탄생하는 기현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

전체 일정의 거의 절반이 소화된 상태에서 다승자가 한 명도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해에는 역시 15개가 치러진 같은 기간 동안 현 세계랭킹 1위인 넬리 코다(미국)가 5개 대회 연속 우승 포함, 무려 6승을 몰아치는 ‘1인천하’를 구가했었다.

넬리 코다는 지난해 1월의 LPGA드라이브온챔피언십에서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했으며 ‘아시안 스윙’을 건너 뛰며 50여일 휴식 후 다시 모습을 드러내 3월 하순의 퍼힐스 세리팍챔피언십을 시작으로 포드챔피언십, T모바일 매치플레이, 시즌 첫 메이저타이틀인 셰브론챔피언십, 그리고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까지 자신이 출전한 5개 대회를 잇달아 우승하는 괴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낸시 로페즈(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LPGA투어 최다 연속대회우승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넬리 코다 외에도 같은 기간 중 호주의 해나 그린 역시 2개 대회(HSBC위민스챔피언십, JM이글 L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즉 15개 대회 중 2명이 8개의 우승컵을 가져간 셈이다.

김효주가 셰브론챔피언십 18번홀에서 샷을 하고 있다. 포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김효주는 셰브론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패해 시즌 첫 2승자가 되는데 실패했다. /AP.뉴시스
김효주가 셰브론챔피언십 18번홀에서 샷을 하고 있다. 포드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김효주는 셰브론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패해 시즌 첫 2승자가 되는데 실패했다. /AP.뉴시스

시기를 이전 3년까지 확대해도 ‘15개 대회, 15명 챔피언’ 현상을 발견할 수는 없다. 2023년에는 역시 15개 대회를 소화한 6월 중순 현재, 릴리아 부(미국)가 혼다LPGA타일랜드와 셰브론챔피언십에서, 인루오닝(중국)이 디오임플란트 LA오픈과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각각 정상에 올라 2명의 다승자가 탄생한 바 있다.

2022년에도 같은 기간 역시 2명의 멀티플 위너를 볼 수 있었다. 호주 교포 이민지가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며 제니퍼 컵쵸(미국)는 셰브론챔피언십과 마이어LPGA클래식을 각각 제패했다. 2021년에는 넬리 코다가 상반기에만 게인브릿지LPGA, 마이어LPGA클래식, 그리고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 등 3개 대회를 독식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 4년간은 예외없이 상반기 중 최소 1명 이상의 다승자가 탄생한 데 반해 올시즌은 왜 분위기가 다를까. 우선은 넬리 코다의 파괴력이 지난해 처럼 막강하지 않다는 데서 한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하지만 넬리는 롱게임과 쇼트게임에서 크게 약점을 찾기 힘든 선수다. 2017년 투어에 데뷔해 올해로 벌써 9년차의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 통산 15승을 기록 중이고 이 중에는 2개의 메이저대회(2024셰브론챔피언십, 2021KPMG위민스PGA챔피언십)가 포함돼 있다. 올해의 선수상(2024년)과 올림픽 금메달(2020도쿄)도 있다.

명예의 전당 포인트 19점으로 리디아 고의 뒤를 잇는 강력한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자이기도 하다. 올해 역시 우승만 없을 뿐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평균타수에서 당당 1위(69.06타)에 올라있고 9경기에 출전, 모두 컷오프를 통과했다. US여자오픈을 비롯해 준우승이 두차례 있고 톱10이 4회다. 이 정도면 막강했던 지난해 만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 뿐 부진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괜찮은 퍼포먼스다. 언제든 우승할 수 있으며 단지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게 옳은 평가일 듯.

◆ 국가별 우승자 명단(6월16일 현재, 15개 대회 종료)

한국(3명) : 김아림, 김효주, 유해란

미국(3명) : 노예림, 에이절 인, 제니퍼 컵쵸

일본(3명) : 다케다 리오, 사이고 마오, 이와이 치사토

스웨덴(3명) : 마들렌 삭스트롬, 잉그리드 린드블라드, 마야 스타르크

뉴질랜드(1명) : 리디아 고

태국(1명) : 지노 티띠꾼

스페인(1명) : 카를로타 시간다

리디아 고가 티샷하는 모습. 올시즌 아시안스윙 HSBC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AP.뉴시스
리디아 고가 티샷하는 모습. 올시즌 아시안스윙 HSBC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AP.뉴시스

두 번째는 루키들의 선전을 꼽을 수 있다. 15개 대회 중 올해 첫 선을 봰 신인들이 전체의 20%인 3승을 가지고 갔다. 일본의 다케다 리오가 블루베이LPGA에서 우승, 신인 중 처음으로 챔피언에 등극했고 스웨덴의 잉그리드 린드블라드가 JM이글 L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또 일본의 쌍둥이 동생인 이와이 치사토 역시 멕시코 리비에라마야오픈서 첫 승을 신고, ‘루키 챔피언 3인방’에 합류했다. 이들 외에도 아직 우승은 없지만 야마시타 미유와 쌍둥이 언니 이와이 아키에, 그리고 한국의 윤이나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이들 신진 세력들이 LPGA투어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또 한가지는 최근 몇 년간 상당한 성과를 낸 강호들 중 몸이 덜 풀린(?) 슬로 스타터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메이저 2승 포함, 4승을 몰아치며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릴리아 부(미국)는 올해 포드챔피언십에서 김효주에 이어 2위는 했지만 나머지 8개 대회에서 네번이나 컷오프를 당하는 등 전반적 부진에 빠져 있다.

역시 2023년에 메이저 1승 포함, 4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셀린 부티에(프랑스)도 미즈호 아메리카스오픈 준우승 포함, 톱5만 세차례 기록하며 나름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마수걸이 우승은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3승, 2023년 2승 등 최근 좋은 활약을 보이며 롤렉스랭킹 4위에 올라 있는 중국의 인루오닝도 올시즌 아직 우승은 없지만 셰브론챔피언십과 블랙데저트챔피언십에서 잇달아 2위를 기록한 뒤 US여자오픈서도 4위를 마크하는 등 괜찮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 언제든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후보다.

이밖에 2022, 23년 연속 2승씩을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 이민지도 올시즌 우승컵이 없는 선수들 중 후반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을 수 있는 선수다.

양희영이 2024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뉴시스
양희영이 2024 KPMG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AP.뉴시스

34개 대회가 치러진 지난해에는 모두 20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넬리 코다가 혼자 7승을 올리고 리디아 고와 인루오닝이 각 3승씩 기록하는 등 2승 이상의 다승자가 6명이나 탄생했기 때문이다. 2023년에는 32개 대회에서 23명의 우승자가 기록됐고 2승 이상의 다승자는 5명, 역시 32개 대회가 치러졌던 2022시즌에는 우승자 26명에 다승자 5명, 그리고 2021년에는 고진영 5승, 넬리 코다 4승, 아리아 주타누간(태국)과 하타오카 나사(일본) 각 2승 등 다승자 4명에 모두 21명의 챔피언이 탄생했었다.

올시즌 LPGA투어는 19일부터 올시즌 16번째 대회이자 3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이 펼쳐진다. 한국의 양희영이 디펜딩 챔피언이고 총상금은 US여자오픈과 같은 1,200만달러로 역대 최고액이 걸려 있다. 앞서 벌어진 두차례의 메이저대회에서는 신예들인 사이고 마오(일본, 셰브론챔피언십)와 마야 스타르크(스웨덴, US여자오픈)가 각각 정상에 올랐었다.

이번에도 신예들의 메이저 사냥이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잠잠하던 관록의 톱 랭커들이 존재감을 과시할 것인가, 또한 시즌 첫 다승자가 탄생할 것인가 등등, 관심거리가 많은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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