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호윤 전문기자] 스코티 셰플러(29·미국)와 로리 맥길로이(36·북아일랜드)가 펼치는 PGA투어 ‘넘버 1’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나란히 세계 랭킹 1, 2위를 점하고 있는 셰플러와 맥길로이는 3위인 젠더 쇼플리와의 간격을 넉넉하게 벌린 채 치열한 맞대결 양상으로 승부를 끌어 가고 있다
올들어 출전한 6경기에서 벌써 3승을 올리며 상금(1,325만7,558달러) , 페덱스 포인트(2,433점) 및 평균타수(69.63타) 부문에서 거침없는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맥길로이의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있다. 바로 지난해 같은 시기, 셰플러의 압도적 기량과 판박이 처럼 비슷하다.
지난해 셰플러는 4월 하순의 RBC헤리티지까지 모두 10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4승을 몰아친 바 있다. 우승 외에도 준우승 1회, 톱3 1회를 포함해 톱5가 7차례고 톱10 까지 확장하면 10경기 중 9번이나 된다. 거의 전 대회서 우승 경쟁을 펼치며 4승을 올렸단 얘기다.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과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그리고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RBC헤리티지는 각각 2주 연속 우승이기도 하다. (아래 표 참조)
셰플러는 이러한 기세를 시즌 막판까지 끌고 가 지난 한 해 무려 7승을 기록했다. 한시즌 7승은 지난 2007년 타이거 우즈 이후 17년 만에 나온 대기록(참고로 우즈는 자신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했던 2000년 아홉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바 있고 1999년과 2006년에는 각각 8승씩을 기록했다. 비제이 싱(피지)도 2004년 9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기도 했다).
셰플러의 7승 중에는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 우승이 포함돼 무려 2,500만 달러의 보너스까지 챙기기도 했고, 시즌 승수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최고 영예 중의 하나인 올림픽 금메달(2024 파리올림픽)을 따내기도 하는 등 우즈의 전성기를 연상케 할 만큼의 압도적인 한 해를 보낸 바 있다.
◆2024 스코티 셰플러 성적(2024년시즌 총 16개 대회 소화된 4월 22일 현재)
1. 더 센트리 T5
2. 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T17
3. AT&T페블비치프로암 T6
4. WM 피닉스오픈 T3
5.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T10
6.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
7.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8.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 T2
9.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10. RBC 헤리티지 우승
◆ 2025 로리 맥길로이 성적(2025시즌 총 16개 대회 소화된 4월 21일 현재)
1. AT&T페블비치프로암 우승
2.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T17
3.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T15
4.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5.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 T5
6.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그러나 올시즌 맥길로이의 행보 역시 지난해 셰플러 못지 않다. 맥길로이는 지난해와 같은 숫자의 대회가 치러진 4월 21일 현재 단 6경기에만 출전했음에도 3승을 몰아쳤다. 우승 확률이 50%에 이를 만큼 엄청난 기세다.
올해 첫 출전 대회였던 AT&T페블비치프로암에서 정상에 오르며 기분좋게 스타트를 끊었던 맥길로이는 제5의 메이저로 일컬어지는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J J 스폰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또 여세를 몰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저스틴 로즈와 연장 승부 끝에 우승, 11년을 끌어 온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맥길로이는 이 같은 뛰어난 퍼포먼스로 올시즌 각 주요 부문에서 당연 선두를 질주함과 동시에 격차가 제법 있었던 세계랭킹(OWGR)에서 셰플러를 본격 따라 잡고 있다. 최근 3년간 PGA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의문의 여지가 없는 1인자 였던 셰플러가 지난해 말 현재 기록했던 OWGR 포인트는 15.60점. 반면 3위였던 맥길로이는 7.67점으로 순위는 2계단 차이였지만 포인트는 절반도 안될 정도로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셰플러가 올들어 아직 마수걸이 우승을 하지 못하는 사이, 맹추격에 나선 맥길로이는 AT&T페블비치 우승에 이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시즌 두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랭킹을 2위로 끌어 올렸다. 이 때 셰플러와의 격차가 13.86점-9.86점으로 4점까지 줄어 들었고 최근 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을 때는 2.54점(14.15-11.61) 까지 접근했다. 반시즌도 채 지나지 않아 사정권 안으로 들어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사실 셰플러도 올들어 엄청난 부진을 보이거나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가족들과의 크리스마스 파티 중 깨진 유리조각에 손을 다치는 예기치 않은 부상을 당해 시즌 초반 몇 경기 결장을 하긴 했으나 여전히 출전한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권을 맴돌며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다. 올해 모두 8개 대회에 출전했고 그 중 4개 대회가 디펜딩챔피언으로 나섰음에도 한차례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지 못해 지난해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오픈에서 2위에 올랐고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과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각각 3위와 4위를 마크하는 등 여전한 기량을 과시 중이다.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69.493타로 맥길로이(69.163타)에서 이어 2위에 랭크돼 있을 정도다. 다만 펄펄 나는 맥길로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게 부진한 듯 느껴지는 면이 크다. 맥길로이가 결장한 가운데 최근 끝난 RBC헤리티지에서도 공동 8위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따라서 둘 간에 펼쳐지고 있는 ‘지존’ 경쟁은 지금부터가 진짜인 듯하다. 8월의 플레이오프 직전까지 펼쳐지는 31개 대회(추가 대회 5개 제외) 중 이제 딱 절반을 넘긴 상태. 아직 메이저 대회와 시그니처 이벤트가 각 3개씩 남아 있다. 셰플러의 입장에선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하고 맥길로이의 예봉을 꺾을 충분한 시간이 있는 셈이고, 맥길로이는 여세를 몰아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얼마든지 넘볼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맥길로이는 셰플러 보다 꼭 10년 앞선 2010년 투어에 데뷔해 지난 마스터스 우승까지 16년간 29승을 기록 중이다. 총 263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우승 외에도 준우승과 3위가 각 11차례, 톱5는 무려83회를 기록했다. 우승 확률은 11%, 톱5에 들 확률은 31.6%에 달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셰플러도 이에 못지 않다. 2020년부터 투어에서 활동하기 시작해 이제껏 총 138경기에 나서 13승(우승 확률 9.4%)을 올렸고 준우승 10회, 3위 11회 등 톱5 횟수가 47회(34%)에 달해 3개 대회마다 최소 한번씩은 5위 이내의 성적을 기록했을 만큼 꾸준한 플레이가 일품이다.
이렇듯 기록상으로도 난형난제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셰플러와 맥길로이. 이들이 펼치는 ‘넘버 1’ 경쟁은 올시즌 내내 많은 화제를 양산하며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팬들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