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한국 육상 새 바람! '단거리 요정' 김민지 "올림픽 결승 무대 꿈 꿔"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3.12.17 11:00 / 수정: 2013.12.17 10:32

육상 여자 단거리 기대주 김민지(제주도청). / 탄천(성남) = 남윤호 기자
육상 여자 단거리 기대주 김민지(제주도청). / 탄천(성남) = 남윤호 기자

[탄천(성남) = 김용일 기자] 육상 여자 단거리의 기대주 김민지(18·광문고)를 만난 건 16일 낮 12시. 뼛속까지 파고드는 매서운 한파로 몸을 움츠리고 있었는데, 취재진이 찾은 탄천종합운동장 육상 트랙에선 열띤 훈련이 한창이었다. 김민지는 최근 제주도청과 1년 계약을 체결했다. 제주도청 육상단 창단 멤버로 내년 전국체육대회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한다.

올해 주종목인 200m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인 그는 지난 6월 홍콩인터시티 육상선수권대회 100m와 200m를 석권했다. 그달 실업, 대학부 언니들과 경쟁한 제67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200m에서 24초18로 우승하며 14년 만에 여고부 200m 기록을 갈아치웠다. 7월 문화체육부장관기 제34회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에선 24초15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0초03 앞당겼다.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선 3관왕을 차지했다. 고교 졸업을 앞두고 여러 곳에서 러브콜이 있었다. 그중 제주도청을 선택했다. 김민지를 지도하는 이준 전 육상대표팀 감독은 <더팩트>과 만난 자리에서 "제주도청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오랜 동안 호흡을 맞춘 나와 훈련을 지속하도록 했다. 여러모로 내년 아시아경기대회에 집중하는 데 최적의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김민지는 "아무래도 지원이 열악한 육상계다. 감독님은 물론 부모님과 상의를 한 끝에 가장 적극적으로 후원한 제주도청을 선택했다. 스스로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단거리 선수는 일반적으로 20대 중반에 전성기를 누린다. '여고생 스프린터' 김민지가 일찌감치 시니어부 우승 기록을 넘어서면서 '트랙 위 김연아' 탄생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뜩이나 꺼질 때로 꺼진 한국 육상 열기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만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감독은 "(김)민지는 내년에 19살에 불과하다. 숱한 제자들을 만났으나 민지의 기량과 정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어리지만 성인 선수들을 이긴 비결이다. 내년엔 근력을 강화해서 성인 선수와 같은 몸을 만들 계획이다. 지속 스피드를 키우겠다. 1986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임춘애의 대를 이을 기대주"라고 강조했다. 김민지는 "감독님과 하루 두 차례씩 강화훈련을 한다. 기초체력은 물론 지구력과 관절 운동 등을 소화한다. 힘든 순간이 많으나 견딜만하다. 내년에 꼭 한국 최고 기록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사제 관계를 맺은 김민지와 이 감독이 한국 육상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의기투합한 건 2011년 1월이다. 김민지가 피로골절로 다리를 다쳤을 때 이 감독을 만났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육상 대표팀 수석 코치를 지낸 이 감독은 이영숙의 여자 100m 한국기록(11초49)과 손주일의 남자 400m 한국기록(45초37) 등을 견인했다. 감독 시절 재활치료에 관심을 가지면서 재활치료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혹사당한 김민지의 상태를 살핀 뒤 맞춤식 훈련을 접목했다. "한국 육상 현실은 열악하다. 민지도 어렸을 때부터 시멘트에서 많이 뛰었다. 워낙 훈련량이 많다 보니 피로골절이 일찍 찾아왔다. 학생 근육에 맞는 유연성 운동을 병행했다.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았다. 3개월 재활을 거치면서 상태가 호전됐다. 컨디션이 올라오면서 기록이 나오더라."

이 감독의 혹독한 재활 훈련에 견디기 힘든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민지는 "피로골절 이후 운동도 잘 안 되고 마음이 힘들었다. 감독님 만나기 전엔 훈련 스케줄 개념 없이 운동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운동하면서 힘들었으나 내 몸이 얼마나 올라오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은) 성인을 따라서 운동하면 안 된다. 이들은 관절이 약하다. 이에 맞게 리듬을 맞춰야 한다. 유망주들이 일찍 운동을 접는 건 오버트레이닝에 있다. 민지는 관절 보완운동, 무릎 근력, 체지방 등 두 달에 한 번씩 정밀 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신뢰'라는 테두리 안에서 감독과 선수가 뭉치니 2년 만에 성인 선수를 능가하는 '괴물'로 성장했다. 단점이던 출발 반응속도도 보완했다. 김민지는 "고등학교 1, 2학년 땐 출발 반응속도가 0.18~0.19초 나왔다. 지금은 0.14초로 단축됐다. 레이스 후반까지 고른 주법에 신경 쓴다면 기록 단축이 가능할 것 같다"며 "감독님을 만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솔직히 힘들지만, 아버지처럼 날 생각해주는 걸 고맙게 느낀다"고 말했다.

'김민지'라는 걸출한 한국 육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이 감독은 인터뷰 막바지에 지원 규모가 적은 육상계를 다시 한 번 꼬집었다. 그는 "한국 육상은 일본과 중국에 완전히 밀렸다. 최근 국제대회 성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나이 먹도록 지도하는 나도 힘들다. 그러나 한국 육상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나와 민지 뿐 아니라 국내 모든 지도자와 유망주는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두고 간다. 육상도 투자해야 한다.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나 빙상의 이상화도 개인의 피나는 노력은 물론 적극적인 지원이 빛났다"고 외쳤다.

김민지의 내년 목표는 4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는 여자 200m 한국기록(23초69) 경신이다. 또한,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메달권에 입상해 새로운 육상 붐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택시 운전으로 운동하는 딸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 얘기에 눈물을 글썽인 그는 "어머니는 내 삶의 가장 큰 동기부여다. 한국기록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 더 나아가 올림픽 결승에 오르는 게 꿈이다."

kyi0486@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