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평 = 김용일 기자·김광연 기자] "성공하면 조금 알지만, 실패하면 모든 걸 알죠."
11월 초순에도 고운 단풍잎의 자태를 보인 삼각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기도 양평 더 스타휴 골프&리조트에서 개그맨 김국진(48)을 만난 건 5일 낮 3시였다. 라운딩한 뒤 늦은 점심을 한술 뜬 김국진은 <더팩트>과 만난 자리에서 골프와 인생에 대해 가감 없는 얘기를 꺼냈다.
글쓴이 역시 김국진이 성공적으로 복귀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라디오스타'의 열성 팬이다. 그러나 이날 김국진의 화려한 시절 또는 성공적인 복귀 스토리를 듣고 싶었던 건 아니었다. 불우한 이웃과 소외계층을 돕는 자선 골프에 성실하게 참가하는 그에게서 도전과 실패를 반복한 골프, 그 안에 투영된 인생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묻고 싶었다.
특유의 혀 짧은소리와 작은 체구는 여전할지 몰라도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궤적을 그린 김국진에겐 골프 자체가 인생과 닮았다고 한다. 혹자는 '김국진=골프'를 떠올릴 때 어두운 기억을 하지만, 그에겐 제2의 전성기를 가져다준 밀알이 됐음이 틀림없었다.
![]() |
| 최근 골프장에 올 때마다 주변의 경치를 즐길 줄 알고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는 김국진.
- 몸이 가벼워 보인다. 잘 맞았나. 하하. 오늘은 뭐 그럭저럭 잘 맞은 것 같다. 겨우 언덕으로 들어가더라.(웃음) 예전만큼 거리가 잘 나가지 않으니 가볍게 툭툭 치는 정도다. - 요즘 골프장에 오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프로골퍼 라이센스를 노렸을 땐 '무조건 잘 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최근 필드에 자주 나오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오늘처럼 단풍이 든 산도 바라보고 심호흡을 하게 된다. 여러 가지 나를 돌아본다. 그러니까 더 잘 맞는 것 같다.(웃음) - 지금 같은 자세로 프로에 도전하면 좋을 것 같다. 아휴. 그런 소리 하면 안 된다.(웃음) - '더좋은세상'에서 주최한 자선 골프 대회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는데. 방송국 후배가 있는 곳이다. 정말 자선 사업을 열심히 하는데, 선배로서 돕고 싶었다. 기쁜 마음으로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자주 지각해 주인공으로 온다고) 하하하. 고의로 그런 건 아니다. 운동하는 분들은 항상 일찍 오지 않는가. 난 시간에 맞춰 온다.(웃음) - 방송에서 '술과 골프는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후배들이 골프에 대해 많이 물어볼 것 같은데, 제대로 알려주고 싶지 않나. 진지하게 물어보면 잘 알려주려고 한다. 다만 내가 스윙이 좋은 편이 아니다. (너무 골프에 빠지지 말라고 하나)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골프를 즐기는 성향이 다르다. 난 방송을 쉴 때 집중적으로 했다. 알아서들 하는 것 같다.(웃음) - 요새 골프채를 잡는 의미는 무엇인가. 요즘 골프는 내게 레저다. 예전엔 프로골퍼들은 얼마나 치는지 몸소 경험한 것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레저, 난 이게 참 좋다. - 골프에 도전한 시기를 '실패'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많다. 혹자는 '긍정적인 실패론'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예전에도 한 얘기지만, 성공은 가장 멍청한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성공하면 조금 알지만, 실패하면 모든 걸 알게 된다. 살면서 실패하면 왜 실패했는지 알게 되지 않는가. 그래서 실패에 대해 관대했다. 물론 실패를 좀 많이 했다.(웃음) 골프로 나만큼 할 필요는 없다. - 질풍노도의 신인 시절을 거친 뒤 골프에 도전하면서 '깨져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신인 때 그야말로 참 잘 됐다. 그런데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토크쇼를 맡았지만, 실패를 맛봤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테마게임(1997~2001)' 등을 시작해 전성기를 맞았다. 내겐 더는 장애물이 없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문득 깨질 때가 됐다고 느낄 때가 있더라. ![]() |
| 실패에 대한 김국진만의 철학은 자선 골프 행사의 주인공인 불우한 이웃, 소외계층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고 있다.
난 덩치가 큰 편이 아니다. 운동선수들과 부딪히면 당연히 깨진다. 그러나 깨지면서 무언가 느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골프에 도전했다. 프로라이센스 도전? 당연히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선수들처럼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이후 골프로만 깨진 게 아니다.(웃음) 그러나 이외의 문제들로 깨졌을 때도 일련의 경험으로 극복했다. - 무엇보다 골프는 당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라 더 감정이 투영돼 있었을 것 같다. - 다양한 스토리가 있는 골프. 지금처럼 자선 활동에 많은 유명인이 참가했으면 한다. 맞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면, 어려운 사람들에게 크진 않아도 작은 도움을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되더라.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진다. 내겐 별거 아니더라도 남에겐 큰 도움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골프장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겠다.
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