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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6회 전국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겸 2013년 복싱국가대표선수 1차선발대회 여자 48kg급에 출전하는 이시영. / 더팩트 DB |
뒤늦게 복싱을 배운 탤런트 이시영의 복싱 사랑이 각별하다. 이시영은 다음 달 7일부터 11일까지 울산광역시 울주군 울산경영정보고 체육관에서 열리는 제66회 전국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 겸 2013년 복싱국가대표선수 1차선발대회 여자 48kg급에 출전한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계기가 있는 법. 이시영은 2010년 여자 복서를 주인공으로 한 단막극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드라마는 제작되지 않았지만 복싱에 재미를 붙인 이시영은 2010년 11월 사회인 복싱 대회인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에 출전해 우승했다. 지난해 2월 서울 지역 아마추어 복싱 대회인 제47회 신인아마추어복싱전과 3월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어 지난 7월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 서울시 대표 선수 자격을 얻었으나 전국체전에 자신의 체급이 없어 대구에 가지는 못했다.
지난 8월 13일 막을 내린 제30회 런던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싱이 처음으로 정식 세부 종목으로 치러졌다. 플라이급(51kg급)에서는 영국의 니콜라 아담스, 라이트급(60kg급)에서는 아일랜드의 캐티 테일러, 미들급(75kg급)에서는 미국의 클라레사 실즈가 올림픽 초대 챔피언이 됐다. 여자부를 세부 종목으로 추가하면서 남자부는 기존 11개 체급에서 1개 체급을 줄였지만 복싱에 걸린 금메달이 2개나 늘었다. 올림픽의 비대화를 막는 게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최우선 과제여서 여자 복싱은 당분간 3개 체급으로 대회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여자 복싱을 정식 세부 종목으로 채택한 아시아경기대회도 올림픽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시영이 좀 더 꿈을 키워 아시아경기대회나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51kg급으로 한 체급을 올려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시영은 경량급 선수로는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어 유리한 면이 많지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체급을 올릴 경우 경기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시영 쪽 관계자의 얘기에 따르면 7월 대회 이후 공백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 감각도 익히고 기량을 테스트할 목적으로 대회에 나가는 것일 뿐 아시아경기대회 등 국제 대회에 출전하려고 이번 대회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시영은 더 큰 무대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자 복싱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게 한 공로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시영의 복싱 사랑에 자극을 받아 한국 복싱이 오랜 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런던 대회 남자 라이트급(60kg급)에서 한순철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라이트헤비급(81kg급) 은메달리스트 이승배 이후 16년 만에 올림픽 복싱 결승에 올라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황이기도 하다.
여자 복싱은 여자 축구가 국제축구연맹이 주관하는 연령대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국제 대회 전략 종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여자 유도의 경우 198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된 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72kg급에서 김미정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종합경기대회 메달 전략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여자가 어떻게 유도를 하느냐”는 말을 들은 뒤 불과 10여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1980년대 중반 서울체육중학교에서 육상 등 기초 종목을 했던 선수들이 우리나라 여자 유도 발전에 앞장섰다.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여자 유도가 올림픽 정식 세부 종목(7개 체급)이 된데 이어 여자 레슬링이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정식 세부 종목(자유형 4개 체급)이 됐고 여자 복싱도 올림픽 무대에 진출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남녀 각 4체급)는 남녀부가 함께 출발했고 한국은 각종 국제 대회 여자부에서 남자부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복싱은 아마추어든 프로든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종목 가운데 하나였다. 시제가 과거인 까닭은 스포츠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른바 ‘3D’ 종목인 복싱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자 복싱의 경우 아직은 다이어트의 방편으로 즐기는 생활 스포츠 수준이긴 하다. 그렇지만 누구도 모를 일이다. 이시영처럼 복싱의 기본인 스트레이트를 잘 구사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가 조만간 나타날지.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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