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철의 스포츠 뒤집기] 한국 육상을 어찌할꼬
  • 신명철 기자
  • 입력: 2012.08.25 08:59 / 수정: 2012.08.25 08:59
런던올림픽 경보20km에서 31위에 그친 변영준. / 국군체육부대 제공
런던올림픽 경보20km에서 31위에 그친 변영준.
/ 국군체육부대 제공
“현 국가 대표 선수들을 90% 이상 물갈이해 대표팀을 소수 정예로 꾸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혁명적인 수준의 대표팀 운용 개선 방안이다. 눈치 빠른 스포츠 팬이라면 금세 어느 경기 단체인지 알 터이다. 대한육상경기연맹은 이 같은 추진 방향을 전제로 오는 27일 꿈나무 육성과 인프라 구축 등을 뼈대로 한 ‘한국 육상 5대 희망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연맹은 이와 별도로 육상인들의 중지를 모아 대표팀 운용과 영재 발굴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27일은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막을 올린 날이다. 제30회 런던 하계 올림픽에서 한국 육상경기는 1년 전 수준에서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연맹이 혁명적인 수준의 대표팀 운용 방안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쏟아지는 감동의 메달 소식에 휩쓸려 기록과 순위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육상경기 성적을 살펴보자.

먼저 남자부다. 세단뛰기 김덕현은 22위, 창던지기 정상진은 31위에 그쳤고 장대높이뛰기 김유석은 실격했다. 도로 경기인 경보 20km에서는 김현섭이 17위, 변영준이 31위를 했고 박칠성은 기권했다. 경보 50km에서는 박칠성이 3시간45분55초의 한국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13위였고 임정현은 34위, 김동영은 38위로 들어왔다. 마라톤은 이두행이 32위, 장신권이 73위, 정진혁 82위로 골인했다. 105명이 출전해 85명이 완주한 가운데 거둔 성적이다. 일본이 6위와 40위, 45위로 부진해 그나마 덜 비교되는가 했으나 몽골이 51위, 북한이 52위와 53위, 대만이 77위, 인도가 78위를 했으니 역대 올림픽 금메달 2개(1936년 베를린 대회 손기정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황영조)와 은메달 1개(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봉주)인 한국 마라톤의 체면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기왕에 구겨진 자존심,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성적을 다시 꺼내 보자. 한국은 23위, 28위, 35위, 40위, 44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7위와 10위, 18위, 29위로 부진해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 수 아래로 생각한 중국이 14위와 24위, 33위로 들어왔고 몽골이 20위로 골인했다.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부는 100m허들에서 전혜림이 예선 7위로 탈락했고 여자 장대높이뛰기 최윤희는 18위에 그쳤다. 경보 20km에서 전영은은 실격했고 마라톤에서 정윤희는 41위, 임경희는 76위, 김성은은 96위였다. 118명이 출전해 107명이 완주한 가운데 거둔 성적이다. 중국이 6위와 22위, 58위였고 일본은 16위와 19위, 79위였다.

육상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종목인지는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이 4년 만에 중국을 누르고 종합 순위 1위를 되찾은 데서 바로 알 수 있다. 미국은 47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경기에서 9개(러시아 8개·자메이카 4개·영국 4개·에티오피아 3개·케냐 2개·독일 호주 도미니카공화국 프랑스 폴란드 터키 중국 트리니다드토바고 체코 알제리 바하마 크로아티아 그라나다 헝가리 카자흐스탄 뉴질랜드 우간다 1개)를 차지했다. 전통의 강세 종목인 트랙 단거리에서 자메이카에 밀리고 있지만 경보 남자 20km에서 하나의 금메달을 따는데 그친 중국을 금메달 숫자 9-1로 앞섰고 이는 전체 금메달 숫자(미국 46-중국 38)에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은 33개의 금메달이 걸린 수영경기(경영)에서는 16개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육상경기와 수영경기(경영), 두 종목에서 25개의 금메달을 모아 전체 15개 종목에서 획득한 46개 금메달 가운데 절반 넘게 기록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과 사격, 펜싱, 유도, 레슬링, 체조, 태권도 등 금메달을 딴 7개 종목을 포함해 수영과 탁구, 복싱, 배드민턴, 축구 등 12개 종목에서 메달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기초 종목인 육상경기에서 단 한 명의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건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남자 20km 경보 금메달과 동메달, 남자 경보 50km 동메달, 여자 원반던지기 동메달을 딴 중국, 남자 해머던지기 동메달과 남자 400m 릴레이에서 5위를 차지한 일본은 한국 육상경기가 걸어야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 더, 일본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400m 릴레이에서 아시아 나라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릴레이 멤버로 나선 야마가타 료타와 에리구치 마사히는 10초07, 다카히라 신지는 10초20, 리즈카 쇼타는 10초38의 100m 개인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리즈카는 2010년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200m 금메달리스트다.

일본은 되는데 한국은 왜 안되나.

더팩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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