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현 기자] 프로배구 승부 조작 수사가 프로농구와 프로야구까지 확대되면서 자칫 4대 프로스포츠가 승부 조작의 검은 유혹에 전부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사 결과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승부 조작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팩트>이 조사한 결과 대다수 토토 이용자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토토의 낮은 환급률과 배당률 등을 승부 조작의 잠재적 원인으로 지적했다. 고배당 베팅이 적중했을 때에는 적지 않은 금액을 세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점 또한 많은 이용자들이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로 눈을 돌리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 제약이 지나치게 많아 불법적인 스포츠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포츠토토는 스포츠 발전과 유소년 발전 등의 명목으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환급률을 50~70%로 정하고 있다. 이용자가 스포츠토토를 통해 10만원을 베팅한다면 5~7만원을 돌려받는 구조다. 내국인 카지노(82∼83%)와 경마(73%), 경륜·경정(72%) 등과 비교하면 환급률이 낮은 편이다.
또 스포츠토토는 배당률이 베팅 금액의 100배가 넘을 경우에는 22%를 추가 과세한다. 적중금이 3억원을 초과할 경우 33%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스포츠토토의 환급률은 공식적인 수치보다도 더욱 낮은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일정한 환급률을 유지하기 위해 오즈 메이커(경기의 배당률을 정하는 사람)가 책정한 배당률이 사설 베팅 사이트보다 낮은 점도 이용자들이 불법 베팅으로 눈을 돌리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뿐더러 환급률도 85~90%에 달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베팅이 적중되기만 하면 당첨금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어 그만큼 유혹이 크다. 물론 불법 스포츠 도박업자가 사람들이 몰릴 경우 사이트를 폐쇄하고 베팅 금액 챙겨 달아나는 위험이 있지만 한탕을 노리는 많은 사람들은 고배당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승부 조작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상품과 연관돼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스포츠토토는 사행성 방지를 위해 개인당 1회 베팅 한도를 최대 10만원으로 하고 있는 반면,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는 베팅 금액 제한이 전혀 없다. 종목도 국내외 스포츠 경기를 가리지 않을 뿐 아니라 e-스포츠까지 다양하다. 환급률이 높고, 베팅 환경이 자유로운 곳으로 이용자들이 몰리는 점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는 1000여 곳이 넘는다. 사이트당 평균 매출액은 125억여원으로 불법 사설 베팅 사이트의 시장 규모가 연간 12조원을 넘고 있다. 스포츠 토토의 배당 정책에 변화가 없으면 더 많은 불법 사이트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토토는 국내 스포츠 발전에 윤활유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토토 이용자들의 욕구를 채우지 못할 경우 승부 조작 범죄를 방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사실을 관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보다 현실적이고 냉철한 관점에서 프로 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검은 유혹'을 타파하기 위한 스포츠토토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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