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인천국제공항=오승혁·김기범 기자] "홍명보 나가!" "다시는 지도자 하지 마세요!"
불상사는 없었지만 분노한 팬들의 외침이 '월드컵 대참사' 본진을 맞이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과 일부 선수단이 30일 오전 3시 15분 80여 팬들의 야유 속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현장에는 무기력한 '조기 퇴장'에 분노한 '붉은 악마' 30여명과 일반인 50여명을 포함한 80여명이 새벽 이른 시간부터 입국 게이트에 모여 "홍명보 나가!" "꺼지세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는 홍명보 감독 도착 직전 공항에 모여든 팬들에게 "이물질 투척은 하지 말고 구호만 외쳐달라"고 주문해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졸전 후 귀국 당시 사탕 투척과 같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인천공항에 기동대와 공항경찰단 소속 경찰관 160명을 배치했으며 인천공항공사도 특수경비원과 자회사 직원 등 25명을 현장에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선수단 이동 경로와 팬들의 위치를 철저히 분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굳은 표정으로 공항을 빠져나가 바로 준비된 승용차에 탑승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별다른 공항 행사를 갖지 않았으며 박항서 월드컵지원단장이 가장 먼저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선수단이 탑승한 애틀랜타발 비행편(KE5036)은 당초 오전 4시 도착 예정이었으나 3시 15분으로 변경됐다. 축구협회는 홍 감독과 김민재(뮌헨),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선수 8명이 먼저 귀국길에 오른다고 발표했었다.
경찰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상대로 한 각종 협박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데다 공항 내 혼잡 상황이 우려되자 경비 강화 계획을 마련했다. 앞서 한 누리꾼은 '내가 총대 메고 홍명보 XXX 살해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홍명보 귀국하는 날에 인천공항 가서 살해하겠다"고 예고해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A조 1승2패 조 3위를 기록, 와일드카드 토너먼트 진출을 기대했으나 모든 '경우의 수'가 사라지면서 짐을 쌌다. 최종 순위 34위로 32강 진출에 실패했으며, 역대 월드컵 사상 '최하 순위'라는 오명을 썼다. 홍 감독은 귀국 직전 멕시코 베이스캠프에서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수단은 멕시코 베이스캠프인 과달라하라에서 미국 애틀랜타를 경유해 귀국했다.
공교롭게도 홍명보 감독과 일부 선수단이 귀국한 시간에는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일본이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선전하는 중이어서 더욱 한국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일본은 결국 경기 종료 직전 카제미루에게 '극장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 32강에서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