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권위는 오만을 낳고, 존중은 신뢰를 낳는다
  • 최순호 전 국가대표
  • 입력: 2026.06.23 00:00 / 수정: 2026.06.23 00:00
2026 북중미 월드컵 슈퍼스타의 시대
감독의 권위보다 선수의 존중이 먼저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6일(현지 시간)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 알제리와 경기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캔자스시티=AP.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16일(현지 시간) 미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J조 1차전 알제리와 경기 전반 17분 선제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캔자스시티=AP.뉴시스.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대륙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른 2026 북중미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사상 최초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희비는 매 경기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뿐만 아니라 킬리안 음바페, 해리 케인, 모하메드 살라 등 당대의 스타들 역시 저마다의 왕관을 쓰고 팀의 운명을 양어깨에 짊어진 채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이처럼 강력한 개성과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팀을 통솔하는 감독은 과연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가. 월드컵이라는 극한의 승부처에서 팀을 발전시키고 승리를 거머쥐기 위한 해법은 결국 '권위와 존중'의 함수관계 속에 숨어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파괴자, '슈퍼스타'라는 존재

선수를 바라보는 기준은 경기력의 수준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다. 평범한 선수는 그저 그라운드 위에서 성공과 실수를 반복하며 더디게 성장해 나간다. 그 궤도를 넘어선 스타플레이어는 대중과 관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플레이를 지속적으로 증명해내며 팀의 중심축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슈퍼스타’의 영역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관객은 물론이고 상대 수비수, 심지어 벤치의 감독조차 감히 예상하지 못한 창의적이고 특별한 플레이를 순간적으로 창조해 낸다. 경기 흐름 전체를 단번에 뒤바꾸고 한 시대를 자신의 이름으로 물들이는 존재가 바로 슈퍼스타다.

전술판의 바둑돌처럼 획일적으로 통제하려 드는 순간, 이 위대한 천재들의 창의성은 단숨에 질식하고 만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일수록 군대식 규율이나 기계적인 전술의 틀에 갇히기보다, 자신의 독창적인 개성과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을 때 비로소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기 때문이다.

권위는 자신을 앞세우고, 존중은 상대를 인정한다

우리는 축구 역사 속에서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냈던 슈퍼스타 출신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은 뒤 허무하게 무너지는 사례를 결코 흔치 않게 목격해 왔다. 제아무리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지도자라 할지라도, 과거 자신의 명성과 지위에만 기대어 선수단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그 조직은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권위는 철저히 자신을 전면에 앞세우는 오만함에서 비롯되지만, 존중은 철저히 상대의 가치를 인정하는 겸손함에서 시작된다. 많은 조직과 공동체가 지도자의 일방적인 권위에만 기대다 보면 결국 내부 결속력과 생명력을 잃고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마련이다. 반면 감독과 선수가 서로를 인격적·전술적으로 존중하는 문화는 단단한 신뢰와 깊은 존경을 낳는다.

"오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驕兵必敗)"라는 옛말이 있다. 자신의 권위만을 내세워 군대를 이끄는 장수는 반드시 패한다는 진리는 현대 축구 그라운드 위에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적용된다. 위대한 거장들이 이끄는 오래 지속되는 리더십은 서슬 퍼런 권위가 아니라, 선수의 마음을 움직이는 따뜻한 존중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다.

홍명보호와 세계의 리더들이 나아갈 길

현대 축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단순히 전술을 지시하는 전술가를 넘어, 거대한 자존심을 가진 스타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 슈퍼스타를 이끄는 지도력이 억압적인 권위보다 수평적인 존중에 바탕을 둘 때, 팀은 비로소 불협화음 없이 거대한 성과와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금 북중미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명보호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강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스타들의 발끝을 억지로 묶어두려 하지 말라. 그들의 천재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멍석을 깔아주는 것, 그리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팀을 유기적인 하나로 묶어내는 것만이 월드컵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유일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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