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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제리 주장 마지드 부게라(오른쪽)가 독일의 크리스토프 크라머와 볼을 다투고 있다./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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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김동현 인턴기자] 아예우 형제를 앞세운 가나도, 발 빠른 공격진을 보유한 나이지리아도 '신의 나라' 코트디부아르도 아니었다. 아프리카 최강팀의 면모를 뽐낸 나라는 다름 아닌 알제리였다.
알제리는 1일(한국 시각) 포르투 알레그레 주 에스타디우 베이라-리우에서 열린 독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전에서 1-2로 졌다. 연장 접전을 펼치는 그야말로 '대혈투'였다.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공격과 중원 선수들의 뛰어난 테크닉을 앞세워 '전차군단' 독일을 거세게 흔들었지만 한발이 모자랐다.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독일을 압도한 알제리였다. 비록 막판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결여로 독일에 내리 두 골을 내주며 아쉽게 8강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지만, 이번 대회 우승 후보 0순위로 꼽히는 독일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남는다.
숱하게 들었던 '아프리카 최강'이란 수식어도 명실공히 알제리의 몫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나이지리아,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가나와 비교해도 알제리가 보여준 팀으로서의 힘은 탁월했다.
특히 전술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능력에선 여타 아프리카 팀들보다 확실히 우위에 있었다. 이날 프랑스에 0-2로 진 나이지리아가 빠른 발을 앞세워 개인능력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면 알제리는 철저하게 '맞춤형 전술'로 상대에 맞섰다.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에 4-2로 이긴 경기에서 1차전 멤버와 무려 5명을 바꾸는 '초강수'를 두는 것만 봐도 바히드 할릴호지치(62)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이 엿보인다.
투지와 근성도 대단했다. 조별리그 A조 3차전 크로아티아와 카메룬전에서 카메룬이 보인 태업성 플레이에 많은 이들이 '아프리카 축구'에 대한 실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알제리는 달랐다. 유럽의 강호인 벨기에와 첫 경기에서도 턱밑까지 압박했고 이날 독일과 경기에서도 빠른 압박으로 상대를 위협했다.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골을 놓친 이슬람 슬리마니(26·스포르팅 리스본)의 발이 반 발만 뒤에 있었다면, 이날 승리를 거머쥔 팀은 알제리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알제리는 다른 아프리카 팀들과 달리 조직력을 강조하는 '원팀' 축구를 구사했다. 그간 아프리카 대륙의 팀들은 '모래알 조직력'이란 혹평을 많이 들었다. 실제로 대회를 앞두고 카메룬이 보너스 지급 문제로 자국 축구협회와 기싸움을 벌였고, 가나는 대회 기간 도중 핵심선수인 케빈 프린스 보아텡(27·샬케04)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다 퇴출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조별리그에서 쓴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알제리는 달랐다. 팀을 이끈 주장 마지드 부게라(32·레크위야)는 경기가 끝난 뒤 "아프리카를 대표해 지금까지 쌓았던 경험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고 이날 선방쇼를 펼치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뽑힌 라이스 음볼리(28·CSKA 소피아)도 "우리는 이런 경기력을 꾸준히 만들어왔고, 덕분에 독일과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다"며 팀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선수들간에 신뢰가 없다면, 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발언이다.
물론 기록엔 독일의 2-1 승리만이 새겨질 것이다. 알제리는 그저 독일에 희생된 '탈락자'다. 하지만 알제리는 축구팬들의 기억에 확실한 인상을 심었다. 탁월한 전술에 투지와 근성을 더한 2014년 알제리를 우리는 '아프리카 최강'으로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