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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염원이 담긴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사진은 대구에서 열린 한국과 미국의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펼쳐진 대형 태극기./ 일본 부산관광안내 홈페이지 캡처 |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축구 월드컵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회째를 맞이하는 2014브라질월드컵은 오는 6월 13일(이하 한국 시각)부터 7월 14일까지 치러진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32개국이 벌이는 '축구 전쟁'에 팬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월드컵은 '축구 역사' 그 자체였다. 수많은 스타들이 등장했으며, 감동적인 승부가 이어져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더팩트>은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그동안 월드컵을 뜨겁게 달궜던 팀들을 재조명해 본다. <클래식 월드컵> 시리즈로 월드컵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김동현 인턴기자]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예측했던 사람이 몇이나 될까? 프랑스의 한 언론은 한국이 개최국 가운데 가장 먼저 탈락할 것으로 내다봤고 이탈리아 공격수 프란체스코 토티는 당시 한국을 상대하기에 앞서 "1골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은 대회 직전까지 최약체로 분류됐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은 가장 끈끈한 팀이었다. 부족했던 체력을 보완했고 K리그를 파행하면서까지 월드컵을 위해 조직력을 다진 한국은 이 대회 최고의 신데렐라 팀이 됐다.
◆ WC 첫 승 이끈 황선홍의 신원한 골
1954 스위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이후 2002년까지 한국은 월드컵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4무10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2002년엔 첫 판부터 48년간 묵힌 체증을 시원하게 날렸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에서 열린 폴란드전에서 황선홍(44·현 포항 감독)과 유상철(42·현 울산대 감독)의 연속 골이 터지며 당대 톱 클래스 골키퍼 가운데 한 명인 예지 두덱이 골문을 지킨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했다. 특히 황선홍의 골은 의미가 더욱 컸다. 그는 1994 미국 월드컵 부진과 대회 직전 중국과 평가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파란만장한 축구인생을 보낸 그의 발끝에서 터진 슈팅이 한국의 오랜 염원이던 월드컵 첫 승을 만들었다.
◆ [영상] 2002 한일월드컵, 한국 vs 폴란드 하이라이트
미국과 조별리그 2차전에서 1-1로 비긴 한국은 16강 진출이 걸린 2002년 6월 14일 포르투갈을 맞아 또다시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문학경기장에서 포르투갈과 맞붙은 한국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뒤집었다. 선수단 전원의 몸값을 합쳐도 루이스 피구 한 명의 몸값(약 766억원)에 미치지 않았지만 투지로 포르투갈을 꺾었다. 송종국(35)은 '월드스타' 피구를 꽁꽁 묵었고, 전반 20분과 후반 20분 주앙 핀투와 베투를 퇴장시키며 승리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수적 우세를 등에 업은 한국은 후반 25분 결승골을 작렬했다. 이영표의 크로스를 받은 박지성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 골은 그대로 16강행을 확정짓는 골이 됐다.
◆ [영상] 2002 한일월드컵, 한국 vs 포르투갈 하이라이트
◆ 안정환의 골든골로 이탈리아 격침!
히딩크호는 16강에서 이탈리아를 만났다. 우승후보 이탈리아는 유로2000 준우승 당시 멤버들이 대다수 남아있는 강호였다.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지만 전반 초반 얻은 페널티킥 기회에서 안정환이 실패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크리스티안 비에리에게 헤딩골을 허용하며 0-1로 끌려갔다. 이후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를 뚫지 못하며 패색이 짙어갔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될 것 같던 후반 44분. 설기현의 발에서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크리스티안 파누치를 맞고 굴절된 공을 설기현이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굳게 닫혀 있던 이탈리아의 골문을 기어이 열었다.
이후 거스 히딩크(67) 감독의 전술적인 용단이 빛났다. 그는 팀의 주축 수비수 홍명보를 제외하고 황선홍을 투입해 이탈리아를 강하게 압박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술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연장 후반 8분, 이천수가 이영표에게 볼을 건넸고 이영표가 골대 앞에 있던 안정환(36)의 머리에 높은 공을 배달했다. 안정환의 머리에 맞은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을 갈랐다. 2-1 역전 골든골.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한국의 승리였다. 한국은 이 승리로 8강 고지를 밟았다.
◆ [영상] 2002 한일월드컵, 한국 vs 이탈리아 하이라이트
◆ 스페인 격침-독일에 석패! 최종 4위
8강에서 만난 스페인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국은 스페인에 고전하면서도 이운재의 선방과 전방 압박으로 경기를 팽팽하게 이어갔다. 스페인의 슈팅이 골대를 맞는 등 수차례 위기를 겪었으나 연장전 종료까지 실점하지 않으면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이운재가 호아킨 산체스의 슈팅을 선방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한국의 마지막 키커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그는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의 손이 닿지 않는 오른쪽 구석으로 공을 정확하게 찔러 넣으며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4강을 달성을 확정지었다.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전차군단' 독일에 무릎을 꿇었다. 밀고 밀리는 접전을 펼쳤지만 후반 중반 미하에 발락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다. 3·4위전에서는 터키에 졌다. 난타전 끝에 2-3으로 아쉽게 패배하며 대회 4위에 만족해야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한국은 우승의 영광을 안은 브라질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직력과 투지가 빛나며 '4강 신화'를 이뤄내며 주요 외신들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1994 미국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사우디아라비아가 조별예선을 통과한 유일한 팀이었다는 점, 공동 개최국 일본도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한국의 4강 신화는 더욱 값진 성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