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고문 빈소 첫날] 끝없는 조문행렬 속 빛나는 손학규의 우정
  • 소미연 기자
  • 입력: 2011.12.30 20:00 / 수정: 2011.12.30 20:00

▲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근태 상임고문의 빈소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조문객이 넘치고 있다. / 소미연 기자
▲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김근태 상임고문의 빈소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조문객이 넘치고 있다. / 소미연 기자

[소미연 기자] '민주화의 대부'로 불리는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외롭지 않았다. 30일 새벽 5시31분께 눈을 감은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오전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여·야의 구분이 없었고, 종교·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

영정 우측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미망인 이희호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미망인 권양숙 여사의 화환이 자리하고 있다. 좌측엔 이명박 대통령의 화환이 우여곡절 끝에 자리를 잡았다. 당초 장례위원회에선 이 대통령의 조화를 거절했다. 생전 김 고문이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2012년 총·대선 심판 의지를 갖고 있던 것만큼 이 대통령의 조화를 받기엔 부담스럽다는 것. 하지만 "그래도 보내온 조화는 받는 것이 좋겠다"는 유가족들의 뜻을 장례위가 받아들이면서 이 대통령의 조화를 받기로 결정했다.

조화는 장례식장이 마련된 분향1호실의 벽면을 도배했다. 이날 오후 3시까지 집계된 화환은 230여개. 1200여명의 조문객이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세균·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상득·이재오 한나라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 원장 등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침통한 얼굴로 빈소를 찾았으며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장면1. 봉하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권양숙 여사

▲ 권양숙 여사는 김근태 고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봉하마을에서 승용차를 타고 먼길을 올라왔다.
▲ 권양숙 여사는 김근태 고문의 명복을 빌기 위해 봉하마을에서 승용차를 타고 먼길을 올라왔다.

권양숙 여사는 이날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을 듣고 봉하마을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도 함께였다. 조문을 마친 권 여사는 분향소에 마련된 내실에서 미망인 인재근 여사를 위로했다.

권 여사를 대신해 기자들을 만난 문 이사장은 "금년 3월에 권 여사가 외롭다는 말씀을 듣고, 김근태 선배님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 대통령이 종로 국회의원에 출마하실 당시의 자신의 선거처럼 혼신을 다해 도와준 일 등을 함께 추억하고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었다"면서 "권 여사가 (인 여사에게) 정말 중요한 시기에 하실 일 많은데 돌아가셔서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면2. 동갑내기 친구 손학규의 눈물

▲ 손학규 전 대표는 친구 김근태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손학규 전 대표는 '친구 김근태'를 잃은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눈물을 연신 훔쳤다. 취재진 앞에서도 말을 잇지 못하다 "김근태를 친구로 둔 게 항상 자랑스러웠다. 하긴 친구라기보다 마음의 스승이었다"면서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우리는 너무 큰 사람을 잃었다. 할일이 너무 많은데, 가야할 길이 먼데 야속하다"면서 "이제 못 다한 그의 삶을 우리가 안고 나가야겠다. 민주주의와 남북의 평화통일,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와 김 고문은 경기고·서울대 65학번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로 서로 반말을 하는 사이였다. 앞서 작고한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삼총사로 불릴 만큼 우정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가 수배돼 부인이 운영하던 약국에 숨어있을 때, 김 고문이 잠복하던 형사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대신 약국 문을 닫아줬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김 고문과 40여년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손 전 대표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장례식장을 배회하며 조문객들과 인사를 나눴다. 저녁시간에도 자리를 지키며 유가족을 대신해 취재진들에게 "감사하다. 수고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손 전 대표는 김 고문에게 "고문이 없고 억압이 없는 세상에서 편안히 영면하길 바란다"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장면3. 유력 대선주자 문재인-안철수 조문

▲ 차기 대선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도 김근태 고문의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차기 대선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문재인 이사장과 안철수 원장도 김근태 고문의 빈소를 찾아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권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은 문재인 이사장은 2주전 김 고문의 문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김 고문의 병세가 많이 호전돼서 말씀을 많이 하셨다는 게 문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정확히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인재근 여사의 통역에 따르면 '야권통합을 잘하라'는 격려의 말이었다"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김 고문에게 빚을 많이 졌다. 고인이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살아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이 조문을 마치고 돌아간 지 2시간이 지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연구원장이 빈소를 찾았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마음"이라는 안 원장은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이렇게 (김 고문을) 보내드리기에는 너무 많은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면4. 서울구치소에 전달된 정봉주의 메시지

▲ 김근태 고문의 빈소를 찾은 유명 인사들. 이재오 의원, 김한길 전 의원과 그의 아내 최명길, 영화배우 박철민, 나경원 전 의원.(시계 방향순)
▲ 김근태 고문의 빈소를 찾은 유명 인사들. 이재오 의원, 김한길 전 의원과 그의 아내 최명길, 영화배우 박철민, 나경원 전 의원.(시계 방향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나꼼수' 멤버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김 고문의 별세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1980년대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정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을 통해 "형님 마지막 가는 날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형님 이어받아 꼭 좋은 정부 되찾아오셌습니다. 민주주의 꿈이라는 짐 벗어놓고 편히 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해왔다.

김 고문의 빈소는 미망인 인재근 여사와 아들 병준씨, 딸 병민씨 등이 지키고 있다. 인재근 여사는 김 고문의 임종 당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했다는 후문이다. 유가족의 한 측근은 "지난 10일 결혼한 병민씨가 아버지의 병환으로 신혼여행을 포기했다. 김 고문의 임종 이후 계속 울다가 한 때 탈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사진=소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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