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경률기자] 영화 ‘라스트갓파더’(감독 심형래)의 흥행몰이가 입방아에 올랐다. 과거 헐리웃 진출로 화제를 모은 영화 ‘디워’에 이어 심형래 감독의 열혈 팬들과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사이에 2라운드 전쟁이 펼쳐진 결과, ‘라스트갓파더’가 흥행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 양측의 의도를 떠나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선 논란 그 자체가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된다는 걸 다시 한 번 입증한 셈이다.
영구의 이마에 굵게 패인 주름살… 아련해서 웃고, 어색해서 웃고
심형래 감독과 엮으려는 언론보도에 발끈한 것일까? 진중권씨는 작년 12월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난 한 번 불량품을 판 가게에는 다시 들르지 않는 버릇이 있다”며 ‘라스트갓파더’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이른바 ‘심빠’들이 들고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한 일. 뜨거운 논란과 함께 잠시 주춤했던 영화가 다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심형래 감독의 초기 반응이 알려진 것은 좀 나중의 일이다. 그것도 측근의 전언을 통해서다. 마침 생일을 맞은 심 감독은 진씨의 발언에 대해 ‘생일선물’이라며 유머로 받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보면 ‘생일선물’ 맞다.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경사를 맞았으니…. 물론 그리 된 게 순전히 진씨 덕분만은 아니다.
‘라스트갓파더’는 분명 기존 영화판의 작법에 비춰봤을 때 엉성한 면이 있다. 그러나 볼수록 재미있다. 자꾸 웃음이 나온다. 심형래 감독의 말마따나 대사 하나, 동작 하나마다 치밀한 계산이 번뜩이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내 전두엽(뇌구조에서 이성적 판단을 관장하는 부위) 이 진중권씨의 11일자 트위터 글에 동의할 만큼 두껍지 못해서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195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마피아 패밀리 간의 암투를 그리는데 거기서 ‘영구’가 추억의 슬랩스틱 개그를 펼치고 있으니 아련해서 웃고, 어색해서 웃고 그러는 거다. 물론 영구의 이마에 어느덧 굵은 주름살이 패인 걸 보고 울컥한 사람들도 나를 포함해 몇 명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영구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영화는 배신했을지 몰라도, 관객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것은 평단의 비판적 시각과는 별개의 문제다. 단지 결이 다를 뿐이다. 더군다나 ‘라스트갓파더’는 영화를 배신했을지는 몰라도, 관객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이 선택한 영화는 그 자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배우 정진영씨의 말에 100% 공감하는 바다. 이 영화, 확실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라스트갓파더’에는 영구뿐만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도 있고, ‘쇠고기 프라블럼’도 있다. 심형래 감독은 부인했지만 성적인 코드도 장착했다. 영구가 원더걸스의 공연을 보면서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 없다며 간식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을 땐 똥줄이 타는 심정이었다. 아이돌 팬덤의 무서움을 떠올리며 뒷일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나 싶었다.
그렇다. 진중권씨는 트위터에 “제가 영구의 유일한 희망인가 봅니다”라고 썼지만 실상은 ‘2% 희망’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98%는 온전히 심형래 감독과 고생한 스탭, 그리고 영문도 모르고 캐스팅돼 열연해준 배우들이 빚어냈을 터. 물론 ‘논란 마케팅’의 소지가 없진 않지만 덕분에 진씨도 ‘말빨’을 추슬렀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닌가.
‘라스트갓파더’는 이제 국내에서의 논란을 뒤로 하고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영구가 친근한 한국인에게 이 영화는 종합선물세트와 같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유치해 보이지만 한 아름 품에 안으면 기분 좋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미국인에게 영구는 어쩌면 문화적 충격일 지도 모르겠다. 언뜻 즐기는 듯 반짝였던 연기파 배우 하비 케이텔(돈 카리니 역)의 눈빛을 믿어보는 수밖에.
<사진출처=영화 '라스트갓파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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