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 유정수작가 "대물, 정치권 관심 과하다"
  • 정진이 기자
  • 입력: 2010.10.28 10:09 / 수정: 2010.10.28 10:09


[정진이기자] 정치드라마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시티홀'과 '선덕여왕'으로 서서히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최근 방영 중인 '자이언트' '대물'로 이어지며 황금기가 열린 셈이다. 1995년 '제4공화국', 2005년 '제5공화국'을 집필하며 정치드라마에 한 획을 그은 유정수 작가(48)를 만나 정치드라마를 보며 아쉬웠던 궁금증을 풀어봤다.

유 작가는 “정치드라마는 아무래도 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처음 드라마 제안이 왔을 때 나도 망설였지만 가족들도 반대가 심했다”고 운을 뗐다. 드라마를 이어가며 걱정은 현실이 됐다. “방송국 자체에서는 외압이 없었지만 고소도 많이 당하고 항의문도 수없이 받았죠. 그래서 드라마 PD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밤길만 조심하자’는 말을 주고받기도 했어요.(웃음)”

외압과 부담이 크기에 정치드라마는 작가의 상상력만으로는 쓸 수 없다는 것이 유 작가의 지론. 그는 드라마를 집필하며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하되, 알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논리적인 상상력으로 빈 공간을 채워나갔다”고 밝혔다. 그런 그의 주된 취재경로는 책이었다.

“제4공화국, 제5공화국과 관련된 책들은 모조리 사서 읽었어요. 절판된 것들은 서울 시내 헌책방을 전부 뒤져서라도 찾아냈죠. 그 당시 구입한 책만 수백 권인데 얼마 전에 이사하면서 그 책들을 보니 새삼스럽더라고요.”

물론 실존 인물들을 만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5공화국' 때는 기자들과 동석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나려 시도했지만 불발되기도 했다. 또 정치인들은 일방적인 주장만 펼치는 경우가 많아 대본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드라마를 쓰면서 가장 조심하려 했던 점은 무엇일까. 유 작가는 "작가로써 한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에 ‘사명감’을 가져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은 교수로 변신해 서울종합예술전문학교 강단에 올라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재미’를 강조하는 그이지만 정치드라마는 재미에 사명감을 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 이유는 바로 정치드라마가 가지는 ‘사회적 역할’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유 작가는 “정치드라마는 정치에 싫증나고 답답한 국민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실제로는 불가능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걸 가능하게 만들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제화 시대에 아이들의 희박해진 국가관을 세우는 것도 정치드라마가 해줘야 하는 역할 중의 하나”라며 “NHK 일본대하사극에서 민족주의를 얘기하듯이 우리도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세울 수 있는 드라마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작가는 현재 정치드라마의 위상에 대해 '대물'을 예로 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대물’이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삼은 것도 신선했지만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라는 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통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과한 관심’은 드라마 발전의 장애물로 꼽았다. “대선이 다가오니 민감한 사안이라 그렇겠지만 극 중 캐릭터나 정당 이름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정치인의 태도는 과하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그는 정치드라마가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재의 확충’이 필요함을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대물’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치드라마가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소재를 많이 발굴하고 ‘기득권층의 도덕적 해이’같은 민감한 사안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 같네요.”

<사진=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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