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이기자] 어쩌다 국회의원들을 보면 '나와 같은 사람이 맞나'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게 냉철해 보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피가 펄펄 끓는듯 온 몸을 불사르며 국정활동을 하기 때문. 국회의원은 언제봐도 아리송한 존재다.
국감이 2주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의 질의 형태를 혈액형별로 나눠봤다. 의학계나 과학계에서는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구분짓는 것을 전혀 근거없는 이론으로 취급함에도 여전히 "그래, 맞아!"를 외칠 수 있는 신기한 기준이어서다.
누가 무슨 형인지 한 번 알고 나면 더욱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혈액형별 분석. 가까운듯 멀고 뻔한듯 뻔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각 혈액형을 대표할 수 있는 특성을 기준으로 국회의원들을 엄선해 살펴봤다.

A형
A형의 일반적 특징은 '소심'과 '꼼꼼함'이다.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일하지만 생각이 많아 행동하기까지 예열시간이 오래 걸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한 번 결정하고 나면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로 안정감을 추구하는 전형적 '리더'다.
이 혈액형의 대표적 인물은 민주당 원혜영 의원. 원 의원이 20년 가까이 정치활동을 이어 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꼼꼼한 일처리 덕분. 이번 국감에서 외통위 소속인 그는 질의 내내 조분조분한 어투로 피감기관장의 숨통을 조였다. 하지만 탈북자 문제와 관련 "조치는 취하지 않고 연구만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A형 의원은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다. 지난 8.8개각 인사청문회 당시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저격수로 맹활약을 펼친 박 의원의 주무기는 '집요함'이다. 그는 최근 법사위 국감에서도 전직 부장검사의 '그랜저 승용차 뇌물수수'의혹을 파헤쳐 결국 해당 부당검사가 15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B형
'자유분방함'이 특징인 B형은 행동이나 생각이 일정한 틀에 구속되지 않아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돌발 행동을 잘한다. 또 개성이 강해 어디에 있어도 금새 눈에 띄는 스타일. 약간의 다혈질적인 면이 있어 한 번 결심하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추진하는 성격이다.
때문에 반듯한 '리더'보다는 조직의 '우두머리'적 이미지에 적합한데 바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B형이다. 유 의원은 화끈한 성격을 매 번의 정무위 국감 질의에서 여과없이 보였다. 한 번 질의를 시작하면 피감기관장이든 참고인이든 불러 세워 호통을 치며 한바탕 혼쭐을 냈다.
차분한 이미지의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은 B형 복병이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열정적이고 터프한 여장부 스타일이라는 게 주변의 정평. 사회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만큼 나 최고위원은 경직된 분위기의 국감장에 캐릭터 인형을 들고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0형
O형은 '적극성'이 돋보이는 성격을 가졌다. 뭐든 열심히 하고 자기 주장도 강해 지기 싫어하는 한편 정에 약한 의리파다. 사교성이 좋지만 호불호는 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국감장에서 O형을 대표하는 인물은 민주당의 최종원 의원이다. 최 의원은 국감장에서 유 장관의 모교인 중앙대 인맥이 문화계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실명을 거론하며 꼬집었다. 웬만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그는 질의 내내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며 유 장관을 궁지로 몰았다.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도 정무위 국감장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질의 초반에는 차분한 말투를 이어가던 이 의원은 진 위원장이 답변을 회피하자 한 톤 높아진 목소리로 질타를 시작했다. 그는 "위원장의 양심을 의심하고 있다"며 진 위원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송곳 질의를 펼쳤다.

AB형
AB형은 '극단적'성격이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냉철함의 A형과 불같이 뜨거운 B형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 특별한 일에는 쉽게 화를 내지 않지만 한 번 '돌진'을 외치면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은 국감장에서 A형적인 AB형의 성격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무위 소속인 정옥임 의원은 "그렇죠?" "사실입니까?" 등을 말 끝마다 붙여가며 질의를 이어갔다. 또 침착하면서도 논리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며 피감기관장의 입을 막았다.
B형적 AB형을 가진 의원은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이다. 평소에도 열혈 의원으로 알려진 그는 국토해양위 국감에서 '배추·무'등을 직접 들고 나와 "4대강 사업으로 무와 당근 등의 채소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열을 올렸다. 이어 국토해양위 경기도 국감에서 팔당 유기농 문제와 관련해 김문수 경기지사를 상대로 "사과하라"며 재차 촉구하는 불같은 돌진력을 보였다.
<사진출처=서울신문, 국회의원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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