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보고 준비 다 했는데"…정청래 "정치적 책임져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이 제기했던 이른바 '반명(반이재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연합'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부터 당선 이후까지 해당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만큼, 당내에서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지며 리더십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김성회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선원 조사단장이 신천지 관련 보고를 원래 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김민석 대표가 먼저 관련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신천지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우리 당 누구도 이를 인지하고 주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조사 결과 제3자와 비밀리에 연합한 증거는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혹여라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박 조사단장의 조사 결과 보고도 취소됐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전 대표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3자 연합' 의혹을 제기해 왔다. 당대표에 당선된 이후에도 신천지 신도들의 민주당 집단 가입 및 경선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며 관련 조사를 이어갔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0월 14일 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주당TV'의 아침 방송 '민티07'에 출연해 "전당대회 이후 박선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가 발족했고, 국감 얼마 전에 관련 조사가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당시 조직적인 경선 개입 가능성을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증언들은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처럼 김 대표가 전당대회 전후로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예정됐던 박 조사단장의 조사 결과 보고마저 취소되면서 조사 과정과 결과 공개 방식을 둘러싼 갈등까지 불거졌다.

박 조사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다 준비를 해놨는데 대표가 나와 상의도 없이 (취소했다)"며 "신천지가 반명이고 반민주당인데, 그들이 조직적으로 침입해 왔다는 것을 보고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하면 어떡하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그동안 보고할 준비를 다 해놨는데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전 대표도 김 대표의 사과에 즉각 반발하며 공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결국 3자 비밀 연합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못 찾은 것"이라며 "비공개 의총에서 숨어서 죄송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당원들에게 모욕감과 혼란을 주고 당을 심대한 위험에 빠뜨린 행위는 해당 행위"라며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본인 스스로 얘기하길 바란다.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도 김 대표의 의혹 제기와 사과 과정을 둘러싸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내내 해당 의혹을 제기하며 표심을 얻었는데, 이제 와서 근거가 없다고 하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은 김 대표의 정치적 책임 문제로도 번질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경쟁 상대를 겨냥해 제기했던 의혹이 당 차원의 조사에서도 입증되지 않은 데다,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내부 소통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히 의혹을 직접 제기한 당대표가 조사단장과 협의 없이 보고를 취소한 것을 두고 조사 과정과 결과 공개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정 전 대표가 공개 사과를 넘어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만큼, 김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후속 조치에 나설지가 향후 당내 갈등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친명계(친이재명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정청래 전 대표와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며 "당시 김 대표가 내세운 대표적인 공세 중 하나가 신천지 의혹이었다. 마치 정 전 대표와 신천지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해 놓고 이제 와서 증거가 없다고 사과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예정된 선거가 없는 만큼 김 대표가 공천권을 중심으로 당내 주도권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정 전 대표를 비롯한 친정청래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당내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bongou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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