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심의 없이 지출 30% 변경 가능…재정통제권 논란 공방도

[더팩트ㅣ국회=김시형·이하린 기자]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추진하는 162조3000억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 국회 예산 심사의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세수를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는 정부 구상이지만, 국회예산정책처가 핵심 재원의 지속 가능성과 국회의 재정통제권 약화 가능성을 잇따라 지적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단년도 예산에 편입해 소진하기보다 별도 기금으로 관리해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원 자체가 한시적인 데다 국회 의결 없이 기금 지출을 변경할 수 있는 범위도 넓다며 기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7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에 따르면 정부와 예정처의 국세수입 전망을 토대로 추산한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인 추가세수는 2028년 약 57조3000억 원 발생한 뒤 2029년부터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일시적으로 세수가 늘어난 상황에서는 기금 재원이 확보될 수 있지만, 세수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세로 돌아서면 추가 적립이 어려워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예정처는 이같은 재원이 재정안정화 기능에는 부합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한 미래대응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연구개발(R&D)이나 대규모 투자사업은 일단 시작하면 여러 해에 걸쳐 재정 소요가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실제 예정처는 미래대응기금 사업비 가운데 상당 부분이 반복적인 지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4대 사업계정의 사업비 45조3625억 원 중 약 21조2000억 원(46.7%)은 한번 편성하면 감축하기 어려운 지출로 분류됐다. 아동 기본수당처럼 지급 대상자가 매년 누적되는 사업이나 신규 가입이 중단되더라도 만기까지 기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청년미래적금 등이 대표적이다.
예정처는 보고서에서 "미래대응기금의 재원구조는 재정안정화 기능에 국한해 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미래대응투자 사업은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존 회계·기금에서 안정적 재원을 바탕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금의 운용 방식도 쟁점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여러 부처 사업을 하나의 기금으로 통합하는 다부처 기금으로 설계됐다. 사업 성격이 다른 각종 지출을 하나의 계정으로 관리하는 데다 주요 항목별 지출액의 30% 범위에서 국회 의결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8일 발간한 '미래대응기금 주요 쟁점과 입법과제' 보고서에서 정부 재량과 국회 통제 사이의 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국회의 심의·의결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기금운용계획의 범위가 확대되면 심사와 감독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기금의 필요성과 운용 방식에 대해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미래대응기금은 미래 먹거리에 미리 선제적으로 투자해 선순환을 이루자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국가 예산으로 편성해 일회적으로 소진하거나 소비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국회의 심의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기금을 창설하거나 기금의 내용을 정하는 것 역시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 당연히 포함된다"며 "예산 심사 때 기금과 일반회계를 포함한 전체 예산을 함께 들여다보는 만큼 국회의 재정통제권을 무력화한다는 주장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여권 관계자도 "IMF와 OECD,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도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회 심의권 침해 우려에 대해서는 "필요한 부분은 국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할 것"이라며 "단순히 변경 가능 비율만으로 재정통제권이 무력화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 심의권 침해 논란을 거듭 제기하며 기금 자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래대응기금 여유자금 104조 원을 국채 상환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대응기금을 "무책임한 극단주의 포퓰리즘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기금 성격 자체도 민생이나 미래 대응과 거리가 멀고 목적 자체도 불순하다"며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편법적인 정권의 쌈짓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막판까지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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