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0조 '슈퍼 예산안' 쟁점 부지기수…여야, 충돌 불가피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11.03 00:00 / 수정: 2026.11.03 00:07
부정적인 국힘 "무책임한 예산안 합의 못해"
재정 건전성·국고채 이자 증가 등 핵심 쟁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환담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민석 더불어민주당대표(왼쪽)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2027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환담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여야가 2027년도 예산안 심사에 착수하면서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지원과 미래 투자가 제때 이뤄지도록 법정 처리 시한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두고 '재정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핵심 쟁점이 많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재정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기준 820조9000억 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93조원(12.8%)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12대 분야 모두 예산 배분이 늘었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29.7%) △일반·지방행정(22.8%) △문화·체육·관광(20.4%) 분야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R&D(연구개발)와 교육 예산도 올해보다 각각 11.2%, 10.8% 증가했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와 인공지능(AI) 관련 분야(21.3조원) △미래 성장엔진 확충(62.8조원)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43.3조원) △K자형 양극화 대응, 모두의 성장(117.1조원) △국민 안전·평화(38.3조원)를 5대 중점 투자 과제로 제시했다.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양극화 완화에 중점을 둔 기조가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주권정부가 마련한 2027년 예산안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지향하며 선도 국가로 만들어 갈 미래 선점 예산이자 국가 성장을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낼 성장확산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재정을 적시에 투입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고, 세입 확대를 통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큰 틀에서 정부의 확장적 예산 지출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시정연설은 한마디로 포퓰리즘과 재정 중독으로 점철된 미래 약탈 선언"이라며 "대통령이 빚 폭탄을 쏘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선전포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예산안에 합의할 수 없다"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핵심 쟁점 중 하나는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이다. 정부는 반도체 업황 호조 등에 따른 추가 세수분을 미래 성장투자와 재정안정에 활용하기 위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했다. △청년(13.3조원) △성장동력(14.2조원) △지방(15.3조원) △교육·인재(10.1조원) 4대 분야에 총 45조4000억 원을 편성했다. 이를 두고 여야의 인식차가 극명하게 갈린다.

야당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예산이라며 '현미경 심사'를 벼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다. 지금도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짐이 너무 큰데 정부는 더 무거운 부담을 지우겠다고 한다"라면서 "미래대응기금을 반드시 막으라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정부가 내년에 100조2000억 원의 적자 부채를 발행하면서 동시에 미래대응기금에는 104조4000억 원을 적립하고 조성 첫해부터 45조4000억 원을 지출하겠다고 한다. 그 결과 내년 국가 부채는 국가 채무는 1519조8000억 원에 이른다"라면서 "세수가 급감했을 때 과연 한 번 늘려놓은 지출은 어떻게 감당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역대 최대 규모인 820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진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년 예산안 토론회에서 대화하는 모습. /뉴시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와 국가 부채에 대한 적절한 관리, 재정 안전판으로서 역할로 보면 일시적으로 늘어난 미래대응 재원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적 평가기관으로부터 효율적인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라며 "미래대응기금 설치와 관련한 논쟁은 의미 있는 논쟁이 아니"라고 했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역대 최대 지출 규모에 따른 재정 건전성 악화와 이 과정에서 106조원에 달하는 나라빚이 발생해 하루 이자만 1107억 원에 이르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부채로 조성되는 104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중 약 13.6조원은 국회 의결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역시 예산안 심사의 난항이 예상된다. 매년 여야는 예산안을 두고 첨예한 대치를 반복해왔다. 또한 핵심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데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서 원안을 사수하려는 민주당과 총선 매표용 포퓰리즘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야당의 팽팽한 신경전이 불가피해서다.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오는 12월 2일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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