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합당론'…민주·혁신, 깊어진 감정의 골이 변수

  • 정채영·서다빈 기자
  • 입력: 2026.11.02 00:00 / 수정: 2026.11.02 00:00
李 대통령, 與 중진 만찬서 합당 긍정 반응
합당 무산 이어 김민석 '대통합'도 제자리
신장식 "민주당이 준 상처 사과부터 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당 간 갈등과 민주당 내부의 회의적인 분위기로 통합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신장식 혁신당 대표를 예방하며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당 간 갈등과 민주당 내부의 회의적인 분위기로 통합 논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8월 24일 국회에서 신장식 혁신당 대표를 예방하며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당의 합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양당 간 갈등이 깊어진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합당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혁신당이 민주당의 사과와 신뢰 회복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양당의 관계 개선이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5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혁신당과의 합당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참석자들이 양당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하자 이 대통령도 이에 공감하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 1월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혁신당과의 합당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다. 지난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김민석 대표 역시 범여권 통합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며 당 대표 직속 대통합추진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사이 양당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범여권의 결집을 위한 연대와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혁신당은 양당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혁신당은 지난 합당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제기한 비판과 공세에 대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김민석 대표 체제의 국면 전환을 위한 소재가 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며 "지금 김민석 대표 체제의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시절의 민주당과 같은 정당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조국혁신당과 민주진보진영 전체에 그어놓은 깊은 칼자국과 상처에 대해 사과하고 치유하는 일을 먼저 하라"며 합당 논의에 앞서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합당의 필요성과 시기를 두고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합당을 논의하기에 많이 늦은 감이 있다"며 "혁신당의 지지율이 높아졌다고 해도 민주당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어서 당내에서도 여전히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그동안 민주당을 향해 했던 발언들도 있지 않느냐"며 양당 간 쌓인 갈등을 언급했다.

합당 논의에 앞서 민주당 내부의 갈등부터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혁신당과의 합당을 논의하기에 앞서 당 내부의 분열부터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과거 국민의힘이 겪었던 이른바 '심리적 분당' 현상을 우리도 똑같이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지난 1월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으며, 이후 김민석 지도부가 추진한 범여권 통합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정 전 대표가 지난 1월 22일 합당 제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지난 1월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은 당내 반발로 무산됐으며, 이후 김민석 지도부가 추진한 범여권 통합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정 전 대표가 지난 1월 22일 합당 제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최근에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계기로 양측의 신경전은 다시 불거졌다. 유 작가는 지난달 28일 유튜브 '박시영TV'에 출연해 이 대통령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빗대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음 날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민티07'에서 "일일이 논평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거리를 뒀다.

유 작가는 같은 방송에서 혁신당 지지율 상승 배경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과 민주당에 실망한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의사 표시를 하기 위해 여론조사 전화에서 조국당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쇄빙선에서 민주진보 세력의 구명정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층의 실망감이 혁신당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혁신당 측 인사까지 가세하면서 신경전은 확산하는 모습이다. 조호제 혁신당 공보과장은 지난달 29일 유튜브 '이슈전파사'에 출연해 유 작가가 출연한 방송의 동시 접속자가 11만 명에 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가 출연하는 민주당 공식 유튜브 방송과 비교해 유 작가의 영향력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유 작가의 발언에 대한 반감이 감지된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과거와 달리 정치 지형이 변했고, 이제 당원들도 특정 인사의 발언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 판단하는 시대"라며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지금 당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발언은 어린아이의 투정처럼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 같은 자극적인 발언은 진보 진영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양당 간 갈등이 공개적인 공방으로 번지면서 합당 논의의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양당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만큼 이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만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결국 민주당 내부의 이견을 조율하고 양당 사이에 쌓인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합당 논의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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