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대법, 장애인 영화 향유권 확인…정부 예산으로 답해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대법원이 장애인의 영화관람 접근권 보장을 위한 판결을 내린 가운데, 2027년도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예산안은 14억1000만 원으로, 2025년 사업예산 44억5900만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에 구축된 동시관람 장비를 활용하기 위한 콘텐츠 제작과 관람 기회 확대에 필요한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장애인의 영화관람 접근성 개선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7년도 장애인 영화관람 환경 개선 관련 복권기금 사업의 정부 예산안은 14억1000만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2025년 사업예산 44억5900만 원보다 30억4900만 원(68.4%) 적은 규모다.
영진위는 2027년도 관련 사업에 총 52억 원을 요구했지만 정부안에는 14억1000만 원(27.1%)이 편성됐다. 세부적으로 한글자막·화면해설 제작 및 상영 사업에는 요구액 40억 원 중 14억1000만 원이 편성됐으며, 배리어프리 영화 기획전과 상영행사 등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가치봄 관람 활성화·접근성 지원사업'은 정부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다만 2025년 예산에는 동시관람 장비 구축 비용이 포함돼 있어 2027년 예산과 사업 구성이 다르다. 영진위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총 63억1800만 원을 투입해 약 5900대의 동시관람 장비를 확보했으며, 기존 구축 물량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7년도에는 추가 장비 도입 예산을 요구하지 않았다.

문제는 장비 구축 이후 이를 활용할 콘텐츠 제작과 실제 관람 기회 확대를 위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느냐다. 동시관람 장비는 영화별로 제작된 자막·화면해설 콘텐츠가 있어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예산이 부족하면 장비를 갖추고도 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와 상영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가치봄'은 시·청각장애인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존에는 자막과 화면해설이 포함된 영화를 별도로 상영했지만, '가치봄플러스'는 증강현실(AR) 안경과 이어폰 등 보조기기를 활용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9월 3일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관 운영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청구 소송에서 영화관의 장애인 편의 제공 범위를 제한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영화관 측의 재정적 부담을 과도하게 고려한 반면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과 영화 향유권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로 장애인의 영화관람 접근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이미 구축된 장비를 활용할 콘텐츠 제작과 관람 기회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원 의원은 "대법원이 장애인의 영화 향유권을 분명히 확인한 만큼, 정부도 이에 걸맞은 예산으로 답해야 한다"며 "문체위 예산소위에서 관련 예산 증액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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