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띄웠지만 증인석은 빈자리…여야의 국감 손익계산

  • 정채영·김수민 기자
  • 입력: 2026.10.23 00:00 / 수정: 2026.10.23 00:00
일반증인 채택 불발에 국감 일정도 축소
민주당 '방탄'·국민의힘 '빈손' 논란 부담
막판 출석 협의 가능성에도 시간 촉박
여야가 오는 29일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오후 반나절만 진행하고 일반증인 없이 기관증인만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시스
여야가 오는 29일 대통령실 국정감사를 오후 반나절만 진행하고 일반증인 없이 기관증인만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사진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정채영·김수민 기자]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출석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지만, 정작 청와대 국정감사 증인석은 빈자리로 남게 됐다. 국감 일정까지 반나절로 축소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방탄' 논란을, 국민의힘은 '빈손' 논란을 떠안게 됐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운영위원회는 대통령실 국감을 오는 29일 오후 반나절만 진행하기로 전날 합의했다. 국민의힘이 요구한 김 실장 등 핵심 인사들의 일반증인 채택도 민주당의 반대로 불발되면서, 기관증인만으로 주요 의혹을 검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일정 변경은 김 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의 일반증인 채택이 불발된 상황에서 이뤄졌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과 강훈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용범 전 정책실장,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등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한 정치 공세라며 반대했다. 결국 여야는 임광현 대통령비서실장과 하준경 정책실장 등 기관증인만 출석시키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핵심 인사들의 출석 부담을 덜게 됐지만 국감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과거 야당 시절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던 것과 달리 여당이 된 뒤에는 증인 채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임 대통령실 참모들이 주요 현안에 충분히 답변하지 못할 경우 일반증인 채택을 거부한 데 따른 정치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증인 출석 요구가 구체적인 의혹에 근거하기보다 정치적 공세에 치우쳐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김건희 여사에 대한 증인 채택 요구와 현재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김혜경 여사 출석 요구는 성격이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운영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우, 논란들의 구체적인 제보가 나왔고 사실관계도 어느 정도 드러난 상황이었다"며 "반면 김혜경 여사는 관사 공사 논란에 직접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두 사안을 비교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야 협상에서 일반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사진은 김 실장. /뉴시스
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야 협상에서 일반증인 채택이 불발됐다. 사진은 김 실장. /뉴시스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국감 일정이 반나절로 축소된 경위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측에서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대통령실 국감을 하루 앞당겨달라고 요구했고, 민주당이 29일 오후에 진행하자고 역제안하자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또 다른 운영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왜 일정을 바꿔 달라고 했는지는 위원들도 정확히 모른다"며 "하루 종일 진행해도 시간이 부족한 대통령실 국감을 반나절로 줄이는 데 동의한 것을 보면, 국민의힘이 국감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감 초반부터 김 실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출석을 요구했지만, 증인 채택을 관철하지 못했다. 김 실장 문제를 대여 공세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만큼, 실질적인 검증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의 협상력과 국감 전략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도 나온다.

운영위 소속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감 초반부터 김현지 실장 문제를 크게 부각했는데,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아직 여당 시절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야당으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야당으로서 더 적극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달라지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 출석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감까지 거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김승수 의원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면 대통령실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라며 국감장에서 의혹을 따지고 비판할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인 불출석에 반발해 국감을 공전시키는 것이 오히려 여당이 바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운영위 국감 전까지 참고인과 관계 비서관 등의 출석을 계속 요구할 방침이다. 김승수 의원은 "일반증인을 채택할 시간적 여유는 거의 없다"면서도 국감 전 전체회의를 통한 참고인 출석 방안을 언급했다. 대통령과 영부인 의전 비서관들의 출석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협조해 합의하면 별도의 증인 채택 없이도 출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예산 심의와 본회의 등 향후 정기국회 일정도 여야가 함께 협의해야 한다며, 이 같은 협의 과정에서 운영위 국감 전까지 출석 요구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김 실장 출석이 끝내 불발될 경우, 국감에서 관련 의혹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검증하느냐가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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