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발전, 운영 세칙 12쪽에 그쳐
박해철 "발전소 입지 갈등 선제 대응 체계 갖춰야"

[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발전공기업 5곳 중 4곳이 주민 갈등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한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발전공기업은 갈등관리 계획과 교육조차 운영하지 않고 있어 향후 대체발전소 건설과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역사회 갈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에너지 관련 공공기관 9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발전공기업 5곳 가운데 한국남동발전을 제외한 한국동서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 등 4곳에서 갈등관리 계획이나 교육 운영에 미비점이 확인됐다.
갈등관리는 공공정책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사이에 발생하는 대립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한 체계다. 특히 발전소 건설과 폐쇄, 재생에너지 설비 입지 선정 등 주민의 생활환경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업에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꼽힌다.
동서발전과 중부발전은 갈등관리 계획과 교육 모두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동서발전은 개별 사업에서 외부 컨설팅사의 코칭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으며, 중부발전은 향후 사내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 기관 모두 현재 운영 중인 공식적인 갈등관리 계획과 교육체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발전 역시 별도의 갈등관리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지만, 사외 갈등관리 전문가 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상시 자문을 받고 있었다. 올해 두 차례 내부 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발전은 갈등관리 운영세칙을 마련해 놓고도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으며, 향후 교육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영세칙은 총 12쪽으로, 별표 4쪽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내용은 8쪽에 불과했다.
반면 남동발전은 세부적인 갈등관리 매뉴얼을 구축하고 관련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같은 발전공기업임에도 갈등관리 체계의 수준과 운영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이 같은 편차는 향후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대체발전소 건설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폐지 부지의 재활용 등 지역 주민과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사업이 잇따라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부발전이 추진 중인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 사업에서도 주민들 사이에 찬반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전사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를 사전에 조정하고 중재할 체계적인 대응 역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갈등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박 의원은 밀양 송전탑 갈등과 관련한 연구를 인용해 초기 갈등 비용이 4억 3000만 원 수준으로 추정됐으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약 100억 원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발전공기업의 갈등관리 역량을 단순한 내부 행정 문제가 아닌 정책 추진의 주요 요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발전공기업 간 통합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기관마다 상이한 갈등관리 기준과 운영체계를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부 기관에만 관련 매뉴얼과 교육체계가 집중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사업별·기관별 갈등 대응 수준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박해철 의원은 "발전공기업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갈등 발생이 필연적이고,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대체발전소 건설, 재생에너지의 폭발적 확장, 그리고 폐지 부지의 재활용 과정에서도 지역 주민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중심으로의 전력산업 전환이 목표 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중"이라며 "에너지 공기업의 갈등관리 역량이 주민과의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내고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시작점이기에 각 기관별 갈등관리 역량을 점검하고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ongouss@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