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우크라이나인들 갈등 우려해"
"우크라 안보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로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공관원 절반 정도를 철수하기로 한 데 대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조금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20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안을 양국 관계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방식이 우리 외교적 국익에 유리할지 따져봐야 한다"며 "감정적 대응보다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현지 우크라이나인들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을 많이 우려하고 있다"며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 달라거나 양국 관계가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사는 이번 조치가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어렵고 지원이 필요한 나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갖는 외교적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북한군 포로 송환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질 줄 몰랐다"며 "지난 6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 방한과 7월 초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 등 고위급 협의를 통해 이뤄낸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군 포로가 한국에 왔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상황에서 우리도 우크라이나와 안보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우크라이나 관계에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조치로) 우리가 (포로 송환) 과정과 절차에 본질을 흐릴 수가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우크라이나 관계를 양자 차원을 넘어 유럽 안보 질서와 연계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걱정되는 것은 EU와 나토 국가들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인지"라며 "우크라이나 뒤에는 EU와 나토라는 전략적 파트너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에 안보 위기가 발생하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국가들도 EU와 나토 국가들"이라며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은 우리에게 일종의 안보 보험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이 전 대사는 양국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해법으로 외교적 항의와 실질적 협력의 분리를 제시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따질 것은 따지되 협력은 협력대로 속도를 내야 한다"며 "양쪽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논리적이고 실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사안을 잘 수습하면서 앞으로 추진할 협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이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유럽의 주요 강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전후 복구 과정에서 새로운 경제협력 체계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주항공과 드론, 인공지능(AI), 에너지와 식량 안보 등에서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안보는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히 하나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우리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번 갈등을 적절한 선에서 수습하고 전후 복구와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조치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공습 위협이 상존해 안전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공관원 일부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도 한국으로 소환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다만 정부는 외교 갈등과 별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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