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북한의 핵위협이 바다 밑으로 확장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4일 동해에서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 두 종류를 시험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공개된 내용만으로 실전 능력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상뿐 아니라 수중에서도 핵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분명해 보인다.
이번 발사는 몇가지 특기할 만한 점이 있다. 우선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 불리는 3000t급 김군옥영웅함이 등장하는데, 지난 2023년 9월 진수식 이후 외부에 공개되지 않다가 3년 여만에 미사일 발사 무대가 됐다. 또 SLCM이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탄도 궤적으로 비행하지만,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SLCM은 상대적으로 낮은 고도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이다.
탐지와 요격의 조건이 다르다. 낮게 날고 지형을 따라 꺾이기 때문에 레이더에 늦게 잡히고, 잡혀도 추적이 끊기기 쉽다고 한다. 발사 위치와 공격 방향을 다변화해 한미의 대응을 어렵게 하고, 핵보복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발사관을 섞어 사용했다는 것도 중요하다. 김군옥영웅함은 함교 뒤쪽에 수직 발사관 10개가 줄지어있는 구조인데 크기가 다른 발사관들이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 작은 발사관 6개가 쓰였고, 함수의 어뢰발사관도 함께 동원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위 아래로 나눠쏘는 변칙적 방식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서 잇따라 미사일을 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중거리 전략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고, 12일에는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특히 그 중간인 8일에 한국도 국산 기술로 개발 중인 극초음속 활공비행체(HGV)의 최초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우리 군당국은 12일 발사가 한국을 의식한 무력시위 성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더니 다시 14일 SLCM 두 종류를 시험발사한 것이다. 짧은 기간 동안에 전략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 순항미사일이 잇달아 등장한 것이다.
북한의 의도는 뭘까. 북한이 14일 시험발사를 하면서 ‘전쟁 억제수단’이라는 표현을 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전문가들이 이번 시험을 수중 핵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 이유다. ‘전쟁을 막을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인데, 그것도 수중에서의 억제력이다. 다분히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력를 의식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미국의 핵전략의 변화를 예고해 국제사회의 시선을 끌었다. 미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전략변화의 핵심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지역 전쟁에서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한 단거리 전술핵무기 활용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장거리 전략핵에 의존하는 기존방식이 제한적 지역분쟁에서 신뢰성있는 억지력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 출발했으며 상황에 맞게 가능한 핵옵션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과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동아시아에서 대만해협과 한반도라는 두 전구(戰區)에 동시에 대응해야하는 상황이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주목할 무기가 미국의 핵무장 해상발사 순항미사일, SLCM-N이다. 잠수함 등에 탑재하는 해상 핵전력을 통해 지역(동아시아) 차원의 억제력을 보강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진행중인데, 찬성론의 핵심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잠수함의 특성상 적의 표적이 되지 않으면서 확장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움직임에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발사, 특히 14일의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결국 한반도와 연계된 핵전략이 변화하는 중대한 국면이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전쟁 억제수단’을 빌미로 전력화할 수 있는 미사일 발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수중 핵위협에 대한 답은 확고한 대응력 구축이다. 북한에는 오판할 여지를 줄이고, 한국의 생존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 명확한 기준이 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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