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예상 못 한 반전…'깜짝' 비서실장 인사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10.17 00:00 / 수정: 2026.10.17 00:00
강훈식 '저격수' 된 정점식
외교안보라인 쇄신론 부상
강훈식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15일 SNS에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라고 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강 전 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
강훈식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이 15일 SNS에 "대통령님은 좋은 분"이라고 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강 전 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하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청와대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임광현 전 국세청장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범여권 강경파가 임명에 반대했던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은 취임했다. 여야는 2주 차 국정감사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상임위 곳곳에서 이재명 정부 국정 전반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을 정쟁으로 허비한다는 점이다. 걸핏하면 윽박지르고 따지며 품격과 존중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이게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한주, 정치권에서 있었던 일을 되짚어본다.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 당시 실장과 미소를 짓는 모습. /청와대
이 대통령이 지난 3월 1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강 당시 실장과 미소를 짓는 모습. /청와대

◆'깜짝' 비서실장 인사…'훈식이형'과는 훈훈한 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새 비서실장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을 지명했어. 강훈식 전 실장의 후임자인데 예상 밖 인사였다는 분위기더라.

-응. 보통 이런 굵직한 인사는 사전에 여러 가능성 있는 후보들이 거론되고, 그 후보군 안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임 신임 실장은 각종 예상에서 벗어나 있던 인물이었어. 정치권과 언론 등을 통해 천준호·한준호 의원, 김민기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후보군으로 꼽혔는데, '깜짝 인사'였던 셈이지.

-현장의 기자들도 이런 후보군을 예상하고 브리핑에 참석했는데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강 전 실장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임 실장을 보고도 순간 '많이 본 얼굴인데 누구지'라는 반응이 많았어. 임 실장이 국무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자주 등장해 잘 알려졌지만, 유력 후보 리스트에 없다 보니 즉각 알아보지 못한 거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24년 2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영입인사인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24년 2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영입인사인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런 깜짝 발표 이후 이 대통령은 강 전 실장을 살뜰히 챙기며 훈훈하게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여줬어.

-발표 당일 SNS에서 "수고 많았다. 황무지 벌판에서 시작된 국민주권정부를 조기에 안정시키고 국정을 정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해줬다"고 고마움을 표했어. 또 임 실장을 향해 "'훈식이형'만큼, 아니 그 이상을 해낼 것으로 믿고 기대한다"며 강 전 실장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지. 다음날에는 강 전 실장에게 공로패도 수여했어.

-강 전 실장 역시 브리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사람들과 상황이 있기에 이재명정부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간다"며 "새롭게 출발하는 청와대는 성공한 정부에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고 애정 가득한 소회를 밝혔어. 이후 장문의 SNS를 통해서도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 기자회견 날이었다.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 "대통령은 탁월한 행정가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청와대 인사를 직격했다. 사진은 그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을 방문해 유동수 위원장에게 인사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청와대 인사를 직격했다. 사진은 그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장을 방문해 유동수 위원장에게 인사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정점식, 말하면 이루어진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이번에도 강 전 실장을 저격했다며.

-응. 정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강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3주가 넘도록 사표가 수리되고 있지 않다며 "최소한 교체할지 반려할지 방향만이라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했어. 2주 뒤 청와대 국정감사에 강 실장이 국감에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비꼬기도 했지.

-그런데 같은 날 후임이 발표됐다면서?

-응. 강 실장이 같은 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후임 비서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했어. 신임 실장은 임광현 국세청장이야. 강 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23일 만이었지. 정 원내대표는 오전에 거취를 정리하라고 했더니 두 시간 만에 응해줘 고맙다면서도, "이 엄중한 시국에 국세청장을 비서실장으로 영전시킨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며 대통령의 국정 위기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보여준 인사라고 비판했어.

정 원내대표가 강 실장의 사퇴를 요구한 날 사의가, 거취 정리를 요구한 날 후임 발표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강훈식의 저격수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임광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
정 원내대표가 강 실장의 사퇴를 요구한 날 사의가, 거취 정리를 요구한 날 후임 발표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강훈식의 저격수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사진은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임광현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청와대

-이날 말고도 비슷한 일이 또 있다며?

-응. 사의 표명 당일인 지난달 21일이야. 당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론이 커진 상황이었어. 정 원내대표는 그날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강 전 실장과 한성숙 총리에게 개각 참사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지. 그런데 강 전 실장은 같은 날 오전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어. 정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퇴는 당연한 수순"이라면서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국감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도 주장했어.

-어쨌든 정 원내대표가 요구한 대로 된 셈이네?

-시간상으론 그래.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인사 논란에 종합적 책임을 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어. 정 원내대표가 강 실장의 사퇴를 요구한 날 사의가, 거취 정리를 요구한 날 후임 발표가 이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강훈식의 저격수가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어려운 현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정보협력 관련해서 제일 많이 얘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백악관과 소통 한계"...외교·안보라인 쇄신론 부상

-한미 정보공유를 둘러싼 갈등이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으로 번지고 있지?

-강경화 주미대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국정감사에서 한미 관계의 가장 어려운 현안으로 '정보 협력'을 꼽았거든. 강 대사는 "미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어.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 일각의 설명과 달리 현지 외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지.

-논란의 발단으로는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이른바 '구성 발언'이 꼽혀. 정 장관이 국회 외통위에서 평안북도 구성에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게 문제가 됐지. 미국은 감시 자산을 통해 확보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이후 6개월 넘게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어.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회의에서도 미국 측 요구로 국가정보원(국정원)이 빠졌다고 해. 통일부는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이 생산·제공한 비공개 정보를 토대로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정보공유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거지.

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공유 관련 논란이 장기화하는 배경으로 한국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노선 갈등이 언급된다. 사진은 정동영(왼쪽)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남용희 기자
한미 정보당국 간 정보공유 관련 논란이 장기화하는 배경으로 한국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노선 갈등이 언급된다. 사진은 정동영(왼쪽) 통일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남용희 기자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을 둘러싼 인적 쇄신 요구가 커지고 있어.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추진이 미국 측에 의해 거부됐다거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보류 문제 등의 보도가 잇따랐거든. 한미 동맹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지는 상황이야. 국정원은 한미 정보 당국 간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 장관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자주파 인사에 대한 경질 요구를 "색깔론"이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야.

-이번 갈등의 배경으로는 정부 외교·안보라인 내부의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노선 차이가 거론돼. 미국과의 공조를 중시하는 동맹파와 대미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주파 사이의 시각차가 대북정책을 비롯한 주요 외교 현안에서 불협화음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야.

-한미 정보공유 논란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 내 노선 갈등까지 반복적으로 드러나면서 외교·안보라인 쇄신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야. 다만 최근 상황을 자주파를 겨냥한 견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 한미 공조를 복원하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과 대미 자율성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야. 동맹 관리와 정책적 자율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한다면 한미 간 정보 협력뿐 아니라 대북정책의 일관성에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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