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피로감 키우는 비생산적 국감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10.13 12:04 / 수정: 2026.10.13 12:04
고성·막말·맹탕의 국정감사
매년 '정책 감사' 약속 어겨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에 대한 제척 안건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부모 묘소에 대한 농지법 위반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 의원에 대한 제척 안건이 상정되자 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 부모 묘소에 대한 농지법 위반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무플보단 악플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아예 댓글이 없는 무관심보다 비난일지언정 어쨌든 누군가의 관심을 받는 게 낫다는 의미로 통용된다. 특히 연예계를 관통하는 말로 여겨지는데 꼭 그런 건 아닌 듯하다. 지난주부터 시작한 국정감사를 보면 국회의원도 나름의 방식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유권자에 눈도장을 찍는 모습이다.

불과 몇해 전만 하더라도 대중에게 욕을 먹더라도 언론에 노출돼 홍보 효과를 노리는 의원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국감 스타'로 이름을 날리고픈 욕심이 작용했을 것이다. 서서히 '튀는' 방식의 전략은 점점 약해지는 모양새다. 어떻게든 주목받기 위해 보기 어려운 옷차림이나 돌발 행동으로 눈길을 끄는 방식은 이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긍정적이라면 긍정적이다.

국회의 고질병인 막말과 고성의 추태는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이재명 정부 2년 차 국정감사 첫 주부터 여야의 막말 대결이 한창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반증인으로 출석했던 법제사법위원회와 이재명 대통령 부모님 묘소를 찾은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제척을 두고 여야가 충돌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장은 장터가 떠오를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수일째 국감을 준비해 온 보좌진과 피감기관 관계자들의 노고를 고려한다면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지만 여야는 막무가내다. 심지어 온라인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는데도 국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원색적인 발언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삿대질과 말 끊기는 애교 수준이다. 진행이 편향적이라며 위원장을 둘러싼 여야의 다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게 국감의 현실이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왼쪽)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된 후 언쟁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서영교 법사위원장(왼쪽)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중지된 후 언쟁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한 주를 돌아보면 국민 여러분의 기억에 막말과 고성만 남는 건 아닌지 안타깝다"라고 했다. 과연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지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매년 국감을 앞두고 어려운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감사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밥 먹듯 어긴다. 어김없이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애초 국감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약 3주 동안 846개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감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 의원들은 대략 10분 안팎의 질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기에 국감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고, 필연적으로 질적인 면이 떨어진다. 따라서 더더욱 밀도를 높여야 하는데도 여야 정치인은 이를 간과하는 듯하다.

여야가 정치 이슈를 국감장으로 끌고 와 비생산적 정쟁에만 치우치는 건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굳어진 정치 풍토를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지만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기대 이하의 국감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지 벌써 피로감이 상당하다. '싸움닭'이 돼 조명받는 건 창피한 일이다. 차라리 '무플'이 낫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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