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정보 공유 제한…신뢰 문제로 확산
정동영 장관 "한미동맹, 전혀 이상 없어"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최근 불거진 한미 이상기류 논란이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구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국 신뢰 문제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북미대화에 한국의 관여가 제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 간 이견차를 조기에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12일 제기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동맹에 전혀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3월 국회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을 지목하자, 미국이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라고 100% 옳을 수 없다. 사실 관계가 틀렸다"며 "2025년 7월 국회의원 신분으로 발언했던 것을 놓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구성 핵시설' 발언 시점을 국회의원 신분 때와 장관 신분 때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의 고위 관료가 기밀을 부적절하게 공유했다'는 미국 측의 판단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강경화 주미한국대사를 통해 미국 측에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다만 미국 측의 정보 제한 조치가 반년 넘게 계속되면서 양국이 접점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양국의 이견은 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해석에 그치지 않고 신뢰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회의에 국정원 배제를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시기상 정 장관이 오해라고 밝힌 '구성 핵시설' 발언 이후로 미국 측의 반발 차원으로 해석됐다. 급기야 미 백악관 당국자는 지난 9일(현지시간) 한국이 수십 년간 이어온 동맹 기준을 준수하길 바란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그간 한미 현안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연동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논란 또한 예상치 못한 현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에는 여당 대표를 지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이 보류됐으며, 이보다 앞서 대미투자 협상의 진전 여부가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협력 등 한미 안보 분야 후속 협의의 변수로 거론됐다.

관심이 쏠리는 건 북미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고, 국가정보원도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북미대화가 열릴 가능성을 50%라고 판단했다. 정부도 남북관계가 막힌 상황에서 북미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기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워 남북 간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북미대화에 대한 한국의 관여 여부는 미국과의 사전 협의에 상당 부분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한미 간 신뢰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페이스메이커 구상 역시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예측성과 동맹을 존중하지 않는 성향을 감안할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네트워크를 정부 차원에서 강화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북미대화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한국이 이중적인 어려움에 처해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또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의 정보 관련 문제를 오해라고 보지 않는다. 오해였다면 풀 수 있는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미국 측에 '실수였고,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접근해야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국정원은 전날 미국과의 정보 공유 문제와 관련해 "북한 미사일·재래식 전력 및 북한 동향, 국제관계, 사이버 방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일부 공유가 제한되고 있는 정보는 대폭 향상된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보 능력을 통해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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