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원한다던 러시아 주재 통일안보관…露 우려에 인선 '안갯속'
  • 정소영 기자
  • 입력: 2026.10.13 00:00 / 수정: 2026.10.13 00:00
러시아, 통일관 파견 우려 전달
5월 재공고 이후 선발 절차 無
"러시아, 통일 명칭에 부담 느껴"
러시아가 주러시아한국대사관(주러시아대사관) 통일안보관(통일관) 파견에 부담을 표명하면서 관련 인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P. 뉴시스.
러시아가 주러시아한국대사관(주러시아대사관) 통일안보관(통일관) 파견에 부담을 표명하면서 관련 인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P.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러시아가 주러시아한국대사관(주러시아대사관) 통일안보관(통일관) 파견에 부담을 표명하면서 관련 인사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헌법상 통일 개념을 삭제한 상황에서 러시아도 통일을 내건 한국 정부 외교적 행보를 불편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내년 상반기 주러시아대사관 통일관 공고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12일 <더팩트> 취재 결과 러시아 외무부는 올해 상반기 주러시아대사관에 통일관 파견이 부담스럽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주러시아대사관은 러시아의 우려와 부임 시기 조정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외교부에 보냈다. 문서에는 한국의 통일관 복원 추진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와 이석배 주러시아대사가 러시아에 전달한 관련 설명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 외무부가 지난 4월 한국에서 통일관 복원 보도가 쏟아진 것을 언급하며 파견에 부담을 느낀다는 뜻을 주러시아대사관에 전달했다"며 "통일관 파견에 대해 러시아 측 부담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통일관 부임이 몇 개월이 걸릴지, 몇 년이 걸릴지는 알 수 없다"면서 "주러시아대사관은 외교부에 통일관 부임 시기를 늦추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언급했다.

통일관은 한국 정부의 남북 관계 현안과 통일정책에 대한 입장을 주재국에 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재국 정부 당국자와 민간 전문가 등과 교류하며 관련 동향을 파악하는 일도 수행한다.

외교부는 지난 4월 17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개국에 파견할 통일관 모집 공고를 냈다. /임영무 기자
외교부는 지난 4월 17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개국에 파견할 통일관 모집 공고를 냈다. /임영무 기자

외교부는 지난 4월 17일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개국에 파견할 통일관 모집 공고를 냈다. 당시 부임 예정 시기는 올해 8월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통일관 선발 절차만 진행돼 인선이 이뤄졌다. 외교부는 지난 5월 12일 일본과 러시아 통일관 재공고를 냈고, 6월 18일에는 일본 통일관 재공고만 올렸다.

일본과 중국 통일관의 임기는 지난 8월 시작돼 2029년 8월까지다. 미국 통일관은 지난달부터 임기를 시작해 2029년 9월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반면 러시아 통일관은 재공고가 나오지 않아 현재까지 선발 절차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관은 ‘재외공관주재관 임용령’과 관련 시행규칙에 따라 선발된다. 단수 지원이나 미지원, 서류 탈락, 선발 과정 중 지원 철회 등이 발생하면 재공고를 실시한다. 러시아 통일관 선발 과정에서 두 차례 단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추가 공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2027년 상반기 (러시아 통일관) 공모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인사와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러시아가 통일관 명칭에 담긴 통일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제성훈 한국외대 노어학과 교수는 "한국·러시아 관계가 나빠서라기보다 ‘통일’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한국은 통일을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통일이 흡수통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이 통일 개념을 공식적으로 폐기한 상황에서 러시아로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관련 업무를 협의하기 위한 한국 외교관을 받아들이는 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북러 밀착을 관리하려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과 정책 변화를 읽을 현지 정보가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이전 정부에서 폐지된 자리를 복원하기로 해놓고 주러시아대사관의 반대에 가로막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채널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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