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 2700만건 조회' 경찰 폴리폰, 점검은 부서장 '30건 무작위'
  • 이하린 기자
  • 입력: 2026.10.12 00:00 / 수정: 2026.10.12 00:00
사설탐정에 정보 넘긴 경찰…악용 걸러낼 장치 사실상 부재
경찰관이 내부 시스템으로 조회한 개인정보를 사설탐정에게 넘기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경찰 업무용 휴대폰인 폴리폰(POLI-Phone) 악용을 걸러낼 안전망이 사실상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봉 기자
경찰관이 내부 시스템으로 조회한 개인정보를 사설탐정에게 넘기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는 등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경찰 업무용 휴대폰인 '폴리폰(POLI-Phone)' 악용을 걸러낼 안전망이 사실상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영봉 기자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경찰관이 내부 시스템으로 조회한 개인정보를 사설탐정에게 넘기고, 금품을 받는 등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경찰 업무용 스마트폰인 '폴리폰(POLI-Phone)' 악용을 걸러낼 안전망이 사실상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에만 개인정보 조회가 2700만건을 넘었지만, 점검은 각 부서장이 익일 조회 내역 중 30건을 무작위로 뽑아 확인하는 수준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가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만 폴 조회 통계상 수배자 조회는 1313만6146건, 수배차량 조회는 1244만116건, 운전면허 조회 181만3156건으로 총 2738만9418건이 집계됐다. 하루 평균 7만5000건 안팎의 개인정보 조회가 이뤄지는 셈이다. 수배 차량 조회 시 차적과 소유주 면허정보·수배내역 등을, 운전면허 조회 시 면허종별·면허상태·주소·벌점 등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수배자 조회 시 죄명, 공소시효·사건번호 등도 표시된다.

폴리폰은 본래 경찰이 현장에서 업무 수행을 위해 수배자와 수배차량, 운전면허 등 조회해 단속 및 행정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업무용 스마트폰이다. 공적인 업무 수행 시 현장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일선 경찰들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일부 경찰이 접근 권한 외의 목적으로 악용하더라도 걸러낼 장치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에 폴리폰은 총 2만2733대가 보급돼 있다. 전체 경찰관 13만1399명 대비 보급률은 약 17.3% 수준이다. 폴리앱은 조회 시 목적을 선택하거나 입력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의무화돼 있다. 다만 현장 시급성을 고려해 점검은 조회 이후에 이뤄진다. 경찰청은 "폴리앱 시스템은 목적 외 조회·이상징후 자동탐지 기능이 없다"고 밝혔다.

폴리폰 등 조회 시스템의 관리·감독 체계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최근 경찰 내부 시스템 오남용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면서다.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소속 A 경감은 사설탐정의 청탁을 받고 지명수배자 정보를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서 불법 조회해 넘기고 그 대가로 100만원을, 경기북부경찰청 산하 경찰서 소속 B 경사는 차적조회 15만 원, 범죄수사경력조회 80만원 등 정보별 '단가표'를 만들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 형사1부는 지난 7월 15일 A 경감과 B 경사를 부정처사후수뢰·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경찰 내부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직무·권한 관련 범죄로 기소된 경찰관은 209명이다. 이 중 공무상비밀누설이 70명(33.5%),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32명(15.3%)이다.

박덕흠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기소 경찰관 위반 사건 개요에 따르면, 상당수는 경찰관이 지인의 부탁을 받고 수배 여부나 사건 진행 상황을 조회해 알려준 방식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계획이나 피의자 체포 일정, 수사 중인 사건의 진행 상황을 피의자나 변호사, 사건 브로커 등에게 전달한 사례도 있었다. 112 신고 내용을 조회해 제3자에게 넘기거나 피의자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오남용이 반복되는 이유로 사적 조회를 사전에 막거나 사후에 적발할 억제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후 점검을 하더라도 조회 규모에 비해 적은 표본만으로 확인하는 방식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도청과 경찰서 각 과장, 지구대장, 파출소장 등 부서장이 익일 전체 조회 건 중 단 30건을 무작위로 추출해 확인한다. 최근 5년간 사적·불법 조회에 대한 내부 감사 내역 및 결과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도 폴리폰 관리의 구조적 허점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 이상 경력의 한 경찰관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폴리폰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으로 별도 2차 인증 없이 바로 쓸 수 있고, 교대 근무 중 기기를 공유하는 경우 로그인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이 조회해도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선 서에 근무 중인 또 다른 경찰관도 "개인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하면 처벌한다는 경고 문구가 뜨지만, 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4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전국 관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사적 조회 실태를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국 시도경찰청 및 경찰서의 경우 자체 점검에 나서는 데에 그치면서 내부에서도 "주먹구구식"이란 비판이 나온다. 일시적으로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데 그칠 뿐, 폴리폰 사용의 구조적 문제를 가려내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underwat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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