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국민의힘 의원도 궁금했다…시선 끈 박근혜의 '입'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08.29 00:00 / 수정: 2026.08.29 00:00
김민석, 워크숍서 강연…일부 의원 '딴청'
與 약속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 지지부진
국민의힘 연찬회에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파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연찬회에 비선실세 국정농단으로 파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발언을 위해 이동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홍수가 일어나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연락이 두절된 우리 국민 9명이 신속히 구조돼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네팔 홍수 관련 회의를 주재하며 수색과 구조에 총력을 다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워크숍과 연찬회를 열어 전열을 정비하고 상임위별 처리 법안을 집중 점검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했다. 국정농단 주범에게 보수의 길을 묻는 정당에 미래는 없다고 민주당은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 워크숍에서 핀마이크를 착용하고 직접 PPT를 활용한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인천 영종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는 김 대표. /배정한 기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의원 워크숍에서 핀마이크를 착용하고 직접 PPT를 활용한 특강을 진행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인천 영종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강연을 하고 있는 김 대표. /배정한 기자

◆김민석의 '스티브 잡스' 강의…정작 의원들은 '꾸벅꾸벅'

-더불어민주당이 2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호텔에서 정기국회를 앞두고 의원 워크숍을 열었잖아. 첫날 가장 눈길을 끈 건 김민석 대표의 특강이었어. 핀마이크를 착용하고 직접 PPT를 넘기며 30분 넘게 강연을 이어갔거든.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미국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왔어.

-내용은 어땠어?

-김 대표는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확장 전략'을 강조했어. 먹고사는 민생 정치(Affordability), 확장 정치(Broadening), 유능한 정치(Competence)를 묶은 이른바 '뉴 ABC론'을 소개하면서 유시민 작가의 '올드 ABC론'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론이라고 설명했지.

김 대표의 특강이 30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졸음을 참지 못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인천 영종구 인스파이어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김 대표와 의원들. /배정한 기자
김 대표의 특강이 30분 넘게 이어지면서 일부 의원들은 졸음을 참지 못했다. 사진은 27일 오후 인천 영종구 인스파이어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26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한 김 대표와 의원들. /배정한 기자

-일부 의원은 딴청을 부리더라. 쏟아지는 졸음을 참거나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의원들도 있었지. 심지어 손으로 턱을 괸 이른바 '꽃받침 자세'로 꾸벅꾸벅 조는 의원까지 포착됐어. 점심 직후라 식곤증인 듯 보였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중진 의원은 아이패드를 들여다봤고, 강연에 집중하기보다는 옆자리 의원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 문체위 소속 한 의원은 무선 이어폰을 꽂은 채 유튜브를 시청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지.

-강연은 길어졌어. 김 대표는 "15분만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강연은 30분 넘게 이어졌어. 김 대표도 멋쩍은 듯 "마지막으로"를 여러 차례 반복했는데도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자,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같다"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지.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았어. 당시 현장에서 <더팩트>와 만난 한 초선 의원은 "이렇게 강연을 잘하는 의원은 처음 봤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떠올랐다"고 평가했어. 또 다른 의원은 "PPT가 너무 깔끔해서 놀랐다"며 "보좌진에게 보여주려고 사진까지 찍었다"고 말했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며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하며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은 박 전 대통령이 2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남용희 기자

◆파면됐어도 여전한 영향력…'박근혜 카드' 결집 효과

-이번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며?

-응. 전직 대통령의 연찬회 참석 자체가 워낙 이례적이잖아. 사실 이번 연찬회는 시작 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어. 당내 갈등과 리더십 논란 때문에 "의원들 출석률이 저조할 거다"라는 흉흉한 관측까지 나왔거든.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어. 현장에서 만난 의원들도 "솔직히 박 전 대통령 온다고 해서 참석한 의원들이 많을 거다", "무슨 말씀을 할지 궁금해서 안 가볼 수가 없더라"고 털어놓더라고.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이 '흥행 구원투수' 역할을 해준 셈이지.

-박 전 대통령이 현장에서 내놓은 메시지도 해석이 분분하던데.

-말 그대로 '뼈 있는 쓴소리'였다는 평가가 많아. 한 초선 의원은 "우리한테 아주 따끔한 말을 제대로 해주고 가셨다"고 전했어. 특히 "어려운 때일수록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당부를 두고 또 다른 의원은 "주어가 참 묘하다. 당 지도부인지, 원내 지도부인지 콕 집어 말하진 않았냐"고 짚더라고. 누구 한쪽 편을 들기보다, 갈등 중인 당내 세력 모두에게 던진 고도의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야.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혼란스러운 국면마다 보수층을 묶어내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재확인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해 의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앞줄 가운데). /남용희 기자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혼란스러운 국면마다 보수층을 묶어내는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재확인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진은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 참석해 의원들과 기념촬영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앞줄 가운데). /남용희 기자

-지방선거 때도 그렇고, 국민의힘이 흔들릴 때마다 '박근혜 카드'가 결집 효과를 내는 모양새네.

-보수 지지층을 묶어내는 상징으로서의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걸 보여줬지. 당이 갈피를 못 잡고 쪼개질 위기마다 결정적인 구심점이 돼주고 있다는 거야.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 덕분에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웠다. 매번 연찬회 때마다 터지던 잡음 없이 조용히 넘어간 것만 해도 어디냐"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쪽 갈등이 더 부각됐다"고 평가했어.

-하지만 당 안팎에서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지 않아?

-그게 가장 큰 딜레마야. 어쨌든 탄핵을 겪은 전직 대통령이잖아. 당이 위기일 때마다 과거 인물에 기대는 모습이 중도층 표심을 잡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어. 당내에서도 "언제까지 박 전 대통령에 기댈 거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거든. 결집 효과라는 단기 처방은 얻었을지 몰라도, 당 스스로 힘으로 갈등을 풀고 바로 서지 못하면 결국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야.

더주당이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원내 군소정당들에 약속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아직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9일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주당이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원내 군소정당들에 약속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아직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해 2월 19일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이재명 민주당 대표, 김재연 진보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국회에서 열린 '내란종식 민주헌정수호 새로운 대한민국 원탁회의'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민주당 '교섭단체 완화' 의지는 아리송?…속 타는 군소정당들

-민주당이 지난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원내 군소정당들에 약속한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어?

-한마디로 지지부진한 상황이야. 교섭단체 요건 완화 문제는 군소정당들의 해묵은 숙원이잖아? 현행 20석인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15석으로만 낮춰도 군소정당들의 '연합 정치'가 더 활발해져 정책 요구 등 목소리를 키울 수 있거든. 그런데 군소정당 입장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진 지난해 조기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는 대가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포함한 정치 개혁 약속을 받았는데, 그 약속이 1년 4개월 넘게 이행되지 않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을까 싶어.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들이야?

-한 원내 군소정당 관계자는 "급할 때만 군소정당 찾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민주당에 솔직히 서운하다"며 서운한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어. 그는 "원내 교섭단체 요건 완화 약속은 국회 내 구성과 상관없이 정치 개혁의 중요 의제로 다뤄져야 하는데, (민주당의 태도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어. 또 다른 군소정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렇게 해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진보의) 구조적 다수화를 어떻게 이루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어.

더불어민주당에 신임 김민석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교섭단체 요건 완화 약속이 지켜질진 미지수다. 사진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하며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에 신임 김민석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교섭단체 요건 완화 약속이 지켜질진 미지수다. 사진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하며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민주당에 신임 김민석 지도부가 들어섰으니, 상황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가능성은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여.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24일 당대표 취임 인사차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신 대표로부터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정치개혁 약속 이행을 요청받았다고 해.

그런데 김 대표는 신 대표에게 '민주당과 혁신당이 합당할 것이라면, 교섭단체 요건 완화가 합리적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 민주당과 혁신당이 '하나의 당'이 된다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게 없는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굳이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인 거지. 군소정당의 목소리가 커지는 건 국회 운영의 '변수'가 늘어나는 것이니, 집권 여당이자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으로선 달가울 게 없으니까. 신 대표는 이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개혁을 이야기했더니 흥정이나 하자는 것처럼 들렸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어.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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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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