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 성탄 맞춰
"이례적…북러 밀착 상징"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북한에서 성탄절을 보내는 관광 상품이 등장했다. 여행 일정은 내년 1월 4~8일로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인 1월 7일에 맞춰졌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인의 종교적 특성을 고려한 관광 상품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 여행사 '보스토크 인투르'는 최근 4박 5일 일정의 '북한 폐쇄된 국가에서의 크리스마스(성탄절)'라는 관광 상품을 내놨다.
상품 일정은 2027년 1월 4일부터 8일까지다. 일정만 보면 새해 관광에 가깝지만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인 1월 7일이 포함됐다. 러시아 정교회는 율리우스력에 따라 성탄절을 기념한다. 율리우스력 기준 12월 25일은 1월 7일에 해당한다.
다만 여행 일정은 북한 내부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여행사는 "현재 개성과 남포 온천으로 향하는 도로가 기약 없이 폐쇄돼 있다"며 "이 도로가 다시 개방되면 관광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품 비용은 성인 기준 4만 5000루블(한화 약 73만 8900원)에 650달러(한화 약 89만 9600원)를 더한 금액이라고 여행사는 전했다. 여행사는 루블로 책정된 비용은 투어 시작 1~2일 전 여행사 사무실에서 달러화로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용을 루블과 달러로 나눈 이유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여행사에 지급하는 비용을 구분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상품 비용에는 블라디보스토크~평양 왕복 항공편과 보험, 비자 발급 비용이 포함된다. 호텔 숙박과 식사, 북한 내 교통편 등 일정에 포함된 입장권도 제공된다.
여행사는 이른바 ‘특별군사작전’(SVO) 참가자에게는 5000루블(한화 약 8만 2150원)을 할인한다고 밝혔다. SVO는 러시아가 러시아·우크라니아 전쟁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관광객들은 관광 기간 평양의 주요 명소뿐 아니라 정백사원(성삼위일체성당) 등 종교 시설을 방문한다. 정백사원은 2003년 평양에 세워진 러시아정교회 교회당이다.

외국인을 겨냥한 북한의 성탄절 관광 상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그레고리오력인 12월 25일 성탄절에 맞춘 상품이 주를 이뤘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 투어스'는 2018년 12월 25일에 맞춰 평양과 개성 등을 방문하는 상품을 선보였다. 또 다른 북한 전문 여행사 ‘대동여행사’도 2013년 12월 24~28일 평양과 개성을 둘러보는 성탄절 상품을 판매했다.
과거 성탄절 여행 상품이 12월 25일에 맞춰 등장한 반면 이번에는 러시아 정교회의 성탄절에 맞춰 출시됐다. 북러 밀착이 관광 분야로까지 확대되면서 러시아인의 종교·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관광 상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러시아 관광객을 주요 대상으로 삼으면서 러시아의 종교적 특성과 관광 수요를 반영한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북한은 연말·연초 국가사업을 총결산하는 총화를 진행해 교류 등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이 기간 러시아 관광객의 방북을 허용했다는 것은 북러 밀착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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