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수 구체적 말하기도
"트럼프·김정은 관계 훌륭"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규모까지 언급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북미 대화 힘 싣는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김 위원장과 서한을 주고받고 있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건 말할 수 없지만 나는 그와 잘 지낸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그렇게 두지 않았겠지만 그는 핵무기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 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 사실만 언급해 왔다.
북한의 핵 보유를 현실로 인정하는 듯한 인식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이 반대해 온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핵무기 규모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내놓은 유화적 메시지와도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김 위원장과 내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오랫동안 한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한미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SNS에 2019년 판문점 회동 사진을 게시하며 "김 위원장과 나는 아주 잘 지낸다"고 했다. 지난 2월 백악관 당국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관심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실제 북미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어느 수준까지 의제로 다룰지에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일인 지난해 1월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지칭한 이후 비슷한 표현을 이어왔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북한을 각각 '핵보유국', '핵 무장한 북한'으로 표현했다. 백악관도 지난 5월 미중 정상회담 결과 설명자료에서 양국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톱다운 방식'(양 정상이 합의하고 난 후 실무진이 세부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핵화 의제를 고집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핵 동결 등으로 협상 범위를 좁힐 경우 한반도 안보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북한과의 수교 정상화나 대북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외교적 성과를 얻어내려고 하면 이른바 '코리아 패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지칭했다. 교묘한 표현이다"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규정한 핵보유국 공식 용어는 '뉴클리어 웨폰 스테이트'(Nuclear-Weapon State)인 만큼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훈련 축소'엔 냉담…김여정 "트럼프와 김정은 관계 훌륭"
그러나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축소 조치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며칠 전 미국 대통령이 돌연 발표한 미한(한미) 합동군사연습 축소에 대해 말한다면 우리는 그에 대해 평할 가치도 없다고 보며 전혀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훈련의 규모나 기일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발적·공격적 성격의 군사 연습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 보도에도 거리를 뒀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연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김 부장은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김 부장은 두 정상의 관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우리 국가수반이 트럼프에 대해 개인적으로 좋은 추억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데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 밝힌 바 있다"며 "두 지도자들의 관계는 의연 훌륭하다"고 전했다.
김 부장의 입장문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기보다 미국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과 미국 정부·군부·동맹국을 갈라치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과 인식 세계(개인 관계 중시, 워싱턴 정책 관행 불신)를 전략적으로 활용했다"며 "훌륭한 관계를 지렛대로 적대 정책 변화를 유인한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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