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은 테러리스트"…독립유공자 조롱·모욕 처벌 입법 필요성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08.15 06:00 / 수정: 2026.08.15 06:00
원색적 비난·역사 왜곡 끊이지 않아
관련 법안 계류 중…입법 진전 없어
최근 독립유공자에 대한 모욕과 비방하는 글이나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최근 독립유공자에 대한 모욕과 비방하는 글이나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처벌할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독립유공자에 대한 무차별적으로 조롱하거나 모욕하는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제81주년 광복절과 배우 하영의 증조부 친일 행적 논란을 계기로 반민족행위에 대한 단죄 여론과 맞물려 고의로 역사를 왜곡하거나 독립운동가를 멸시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독립운동가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모독하는 영상이나 글들이 끊이지 않고 유포되고 있다. 특히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서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에 대한 비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원색적인 비난이나 욕설이 포함되거나 역사적 사실과 배치되는 일본 관점의 주장이다.

예를 들면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나 내란범으로 규정하는 식이다. 유관순 열사에 대해선 성희롱하거나 3·1 운동은 폭동이었다는 망언의 글도 있다. 심지어 여성 인권을 짓밟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서도 일본이 조선 여성을 강제로 징용하지 않았다며 일제 식민 통치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역사관의 글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올해 초에는 딥페이크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해 독립운동가를 희화하거나 비하하는 게시물이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해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반대로 일왕과 매국노 이완용 등 친일 인사를 찬양하는 게시물도 논란이 된 바 있다. 표현의 자유의 그늘 뒤에 숨어 악의적으로 독립유공자의 명예를 중대히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에 가깝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 글쓴이는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글. 글쓴이는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현행 명예훼손·모욕 관련 규정만으로는 고인이 된 독립운동가에 대한 모욕과 조롱 행위에 대해 처벌이 쉽지 않다. 허위 사실을 적시했을 때 성립되는 사자명예훼손죄는 단순 조롱이나 희화화는 처벌하기 어렵고, 모욕죄는 보호 대상을 생존 인물로 한정하고 있어서다. 애국지사에 대한 반사회적 비방과 역사 왜곡 행위를 엄단하기 위한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경일의 역사적 의미를 고의로 왜곡하거나 역사적 인물을 모욕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직접적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국경일 개정안'(이개호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독립유공자를 조롱 또는 모욕하는 영상·이미지 등 정보의 제작과 유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독립유공자예우 개정안'(김용만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법안 심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보훈부는 지난 2월 국회와 협의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6개월 동안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유튜브와 틱톡 등 온라인 플랫폼이나 커뮤니티 운영자의 조치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여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비방과 조롱 행위를 근절할 법 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독립투사에 대한 모욕과 비방은 인격과 명예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법률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추후 논의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뤄질 안건으로 보이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라고 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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