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빠진 국힘 중진들…'대립·저격·침묵' 행보 갈린 속내는
  • 김수민 기자
  • 입력: 2026.08.16 00:00 / 수정: 2026.08.16 00:00
5선 윤상현-나경원 '선명성' 경쟁
친한계와 각 세우는 안철수
대다수 중진은 '침묵'…위기 대응력 약화 우려
깊은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에서 당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할 중진 의원들의 발걸음이 제각각 흩어지고 있다. 사진은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깊은 내홍에 빠진 국민의힘에서 당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할 중진 의원들의 발걸음이 제각각 흩어지고 있다. 사진은 윤상현 국조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이후에도 당내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진 의원들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를 둘러싸고 비판 목소리를 내거나 중진끼리 공개적으로 충돌하는가 하면, 상당수는 현안에 말을 아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당내 권력 구도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중진들마저 '각자도생'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가장 선명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진은 5선 윤상현·나경원 의원이다. 두 사람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부정선거론'을 놓고 충돌하고 있다.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인 윤 의원이 투표율 집계 오류와 실제 득표수 조작 가능성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자 나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에서 "선관위원장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 조사에 전념해야 한다"며 "태세 전환해서 일을 제대로 하라"고 직격했다. 윤 의원 역시 앞서 나 의원에게 부정선거의 개념과 본질을 놓고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당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충돌을 단순한 선거관리 논쟁만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두 의원 모두 차기 당권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온 만큼 장 대표 이후 당의 노선과 주도권을 둘러싼 '선명성 경쟁'의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나 의원은 지난 6월 차기 당대표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고, 윤 의원도 지방선거 과정에서 장동혁 대표를 겨냥해 "우리 당 후보들에게 힘이 되고 있나, 짐이 되고 있나"라고 직격하는 등 지도부와 거리를 넓혀왔다.

안철수 의원의 행보도 주목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12·3 비상계엄 당시 의원들의 당사 집결 경위를 놓고 한 의원과 충돌한 뒤 "우리 당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복당 반대까지 선언했다. 친한(친한동훈)계를 겨냥해선 '복당 운동권'이라며 차기 총선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과거 장 대표와 대립하며 중도·개혁 성향을 강조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의원과 친한계에 대한 공세가 부쩍 선명해진 모습이다.

위기 수습에 앞장서야 할 중진들마저 개인의 이해타산에 따라 흩어지면서 당의 리더십 공백과 혼란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나경원(왼쪽),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위기 수습에 앞장서야 할 중진들마저 개인의 이해타산에 따라 흩어지면서 당의 리더십 공백과 혼란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나경원(왼쪽),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친한계 한 의원은 안 의원의 최근 행보에 대해 "지금 우리 당이 한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도·보수와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강성 지지층으로 완전히 갈라져 있는데, 그 사이에서 안 의원의 포지션이 없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죽도 밥도 안 된다는 생각에 본인이 좀 더 선명하게 가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차기 정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다른 의원은 "본인의 존재감이나 정치 여정이 녹록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향후 서울시장 후보 구도 등까지 고려해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행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과거 '친윤(친윤석열)·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에 가까웠던 윤 의원의 입장 변화를 두고 정치적 셈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악화된 민심의 흐름을 읽은 중진들의 연쇄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노선을 갈아탔다기보다 지금 바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장동혁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어렵다는 것을 감지했을 것이고, 합리적이고 중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중진을 제외하면 당내 현안을 둘러싸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움직임은 제한적이다. 장 대표의 거취와 당 윤리위원회 운영을 둘러싸고 중진들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지만 집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계파 갈등의 전면에 섰다가 정치적 내상을 입기보다는 향후 당권 구도가 정리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진들마저 각자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당내 구심점 부재는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차기 당권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중진들의 '각자도생'이 더욱 선명해질 경우 당의 위기 대응력과 리더십 약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강성 지지층을 향해 선을 넘지 못하도록 방패막이가 돼 줄 어른의 목소리가 필요한데 지금 우리 당에는 그런 역할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su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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