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초국가범죄' 韓 혐의자 462명…반년 만에 작년 치 넘어
  • 김정수 기자
  • 입력: 2026.08.13 18:21 / 수정: 2026.08.13 18:21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에서 크게 늘어
캄보디아 신고 건수는 급감…'풍선효과'
범죄 동향, 중앙아·아프리카까지 관측돼
동남아에서 온라인 스캠·도박 등 초국가범죄 연루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46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체 356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등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모습. /남윤호 기자
동남아에서 온라인 스캠·도박 등 초국가범죄 연루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46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체 356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사진은 지난해 1월 캄보디아에서 로맨스 스캠 등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동남아에서 온라인 스캠·도박 등 초국가범죄 연루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수가 올해 상반기에만 462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체 356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스캠 범죄로 피해를 입었다는 한국인 신고 건수는 급감했다. 범죄 조직이 캄보디아를 벗어나 인근 국가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 국민이 스캠범죄에 연루돼 감금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건수는 지난해 대비 대폭 감소했지만, 우리 국민이 초국가범죄에 가담했다가 적발된 사건은 동남아 전역에서 상당히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관련 피해 신고 접수는 올해 6월까지 14건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가 225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94%가량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범정부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캄보디아 정부와의 공조를 강화한 성과로 분석된다.

반면 동남아에서 초국가범죄 가담 혐의로 검거된 한국인 수는 크게 늘었다. 올해 6월까지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라오스 등에서 모두 462명이 붙잡혔다. 지난해 전체 검거 한국인 수 356명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베트남에서는 올해 상반기 검거된 117명은 지난해 전체 50명을 크게 넘어섰고, 태국도 70명으로 지난해 전체 67명을 넘었다. 지난해 한 명도 검거되지 않았던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50명이 붙잡혔다.

이밖에 필리핀은 20명, 라오스는 18명으로 각각 지난해 전체 23명과 28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캄보디아 역시 187명이 검거됐는데, 지난해 전체 188명과 맞먹는다. 외교부 당국자는 "검거된 우리 국민 초국가범죄 혐의자가 대폭 증가한 것은 풍선효과의 증거"라며 "동시에 우리 정부와 해당국 정부 간 공조가 강화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범죄 조직들은 캄보디아 내 강화된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인근 동남아 국가뿐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 등지까지 진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규모 범죄 단지가 초국가범죄의 온상으로 주목받자 일반 주택이나 아파트로 잠입, 소규모 또는 점조직 형태로 범죄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이후로 스캠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취업 사기로, 정상적인 일인 줄 알고 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구속되면 영치금을 지원해 준다는 식으로 대놓고 광고를 한다고 하는데 재정적으로 절망스러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이후로 스캠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취업 사기로, 정상적인 일인 줄 알고 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구속되면 영치금을 지원해 준다'는 식으로 대놓고 광고를 한다고 하는데 재정적으로 절망스러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영무 기자

이들은 인터넷·음식점·마트 등 생활 인프라가 잘 구축된 지역이나, 현지 경찰의 대응 역량 및 규제가 미비한 곳을 근거지로 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초국가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국가더라도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국경 지역 또는 지방 소도시에선 여전히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지난 1월 말레이시아 내 아파트 단지에서 한국인 24명이 온라인 도박 연루 혐의로 현지 경찰에 한꺼번에 체포됐다. 지난 4월 태국에서는 한국인 스캠범죄 조직원 9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는 지난달 한국인 스캠 조직원 14명이 검거돼 한국에 전원 송환됐다. 중동에서는 UAE(아랍에미리트)에서 5조 3000억 원 규모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총책급 사범 2명이 같은 달 검거돼 송환됐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에서도 관련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20대 한국인 남성이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는데, 온라인스캠 연루 의혹에 따른 현지 경찰의 수사가 이어져 현지 법원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남성은 캄보디아 체류 이력이 있고 국내에서도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초국가범죄의 확산에 따라 전문 시스템상 '초국가범죄 대응 공관장 그룹'을 신설했다. 중국 지역 10개, 동남아 18개 공관을 비롯해 스리랑카, UAE, 두바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일본 등 공관이 실시간 정보 공유와 대책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아울러 외교부는 캄보디아 내 '코리아 전담반' 업무 범위를 기존 스캠 범죄 대응에서 마약과 온라인 도박까지 확대했다. 필리핀에는 '코리안데스크' 담당 경찰을 4명으로 늘렸고, 태국에는 경찰 협력관을 현지 경찰청과 마약통제청에 각각 1명씩 배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해 이후로 스캠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기 때문에 이제는 취업 사기로, 정상적인 일인 줄 알고 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구속되면 영치금을 지원해 준다'는 식으로 대놓고 광고를 한다고 하는데 재정적으로 절망스러운 사람들을 유인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문제는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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