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의혹 봐야" vs "터무니없는 주장"

[더팩트ㅣ울산·부산=정채영 기자]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순회경선이 열린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앞은 당원들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뜨거운 날씨에 얼굴이 벌게진 당원들은 손팻말과 현수막을 놓지 않은 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현장에서는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 지지자들이 서로 마주 보는 자리를 차지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라고 적힌 현수막을 흔들고, '진짜 민주당 2번 정청래', '100% 당원주권 민주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올렸다. 맞은편 김 후보 지지자들은 '완벽한 국정 파트너 김민석', '당대표 김민석', '이중 당적 척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맞불 응원에 나섰다.
양쪽에서 "당대표는 정청래", "당대표는 김민석"이라는 구호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행사장 앞은 누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지를 겨루는 듯한 분위기로 변했다. 한쪽의 구호가 커지면 반대편에서도 질세라 더 큰 목소리로 후보의 이름을 외쳤다. 상대 진영을 향한 지나친 비판이 나오자 얼굴을 붉히며 삿대질하는 장면도 한때 연출됐다.
양측의 신경전은 송영길 후보가 현장을 지나갈 때도 이어졌다. 송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정 후보와 김 후보 지지자들은 각각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더욱 크게 외쳤다. 송 후보를 견제하기보다는 서로의 세를 과시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앞에서 만난 10년 차 민주당원 추은정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추 씨는 "민주당의 역사를 함께해 온 정청래 후보가 당대표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적통을 이어갈 후보라는 정 후보의 주장을 지지한 것이다.
김 후보가 제기한 신천지의 전당대회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추 씨는 "국민의힘에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수치와 정황으로 드러난 부분이 있지만, 김 후보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며 "당내 후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닌 국민의힘과 경쟁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반대편 김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 있던 8년 차 민주당원인 40대 양모 씨는 다른 시각을 보였다. 양 씨는 "김 후보가 신천지 의혹을 꺼낸 것은 당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당이 스스로 밝히고 해결하자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는 이재명 정부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300일 넘게 호흡을 맞춰온 김 후보가 가장 당대표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층이 선명하게 갈린 모습은 울산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장 안에서도 이어졌다. 송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자 객석에 있던 정 후보 지지자들은 한꺼번에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바라보던 송 후보는 "우리 정청래 후보 지지자들이 싹 나가버리네요. 제 이야기도 좀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2시 이날 두 번째 순회경선이 열린 부산 벡스코 앞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울산에서 자리를 옮긴 지지자들과 부산 지역 당원들이 한데 모이면서 행사장 앞은 더 큰 음악과 구호로 가득 찼다. 양측은 확성기와 응원 음악까지 동원해 상대편에 밀리지 않으려는 듯 경쟁적으로 후보의 이름을 연호했다.
부산에서도 지지자들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양측 모두 현장 분위기는 자신들이 앞선다며 지지 후보가 큰 격차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벡스코 앞에서 만난 김 후보 지지자 노모 씨는 코로나19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로서 신천지 시설에 직접 진입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해 민주당에 입당했다고 설명했다. 노 씨는 "그때 신천지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민주당원이 됐다"며 "이번에 제기된 신천지 개입 의혹도 심각하게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전날 충청권 경선에서 김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1위를 차지한 데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결국 20% 정도 차이로 크게 승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전남에서 부산까지 왔다는 정 후보 지지자 박모 씨는 정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박 씨는 "호남에서도 그렇고 부산에서도 그렇고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현장 분위기가 좋다. 당과 민주주의에 대한 제대로 된 의식을 가졌다면 정 후보를 뽑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전날과 이날 서미화 최고위원 후보가 정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한 데에 대해서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 씨는 "같은 당 의원끼리 서로를 공격하고 갈라치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정 후보는 당원들에게 절대 네거티브를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서 후보는 이날 순회경선 정견발표에서도 전날과 같이 정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당대표로서 책임을 방기한 채 노코멘트로 일관했다"며 "언행불일치로 더 이상 노무현 정신을 모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전날 충청권 순회경선으로 막을 올린 민주당 8·17 전당대회는 이날 울산·부산·경남 순회경선으로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전날 충남·충북·대전·세종에서 진행된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정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예비경선을 통해 당대표 후보를 송영길·정청래·김민석 후보로, 최고위원 후보를 최민희·김용·김영호·서미화·한민수·이성윤·박선원·임미애 후보로 압축했다. 오는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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