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류’ 드러난 韓·美 관계...주목해야할 암초들 [이우탁의 인사이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 입력: 2026.07.27 00:00 / 수정: 2026.07.27 00:00
강경화 주미대사 ‘전격귀국’에서 양국 관계 ‘위중함’ 드러나
통상-안보 파열음 경고...달라진 ‘동맹 대하는 태도’ 주시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7월 15일 오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등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대사는 외교장관 지시에 따라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해 유관부처 업무협의 등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뉴시스
강경화 주미한국대사가 7월 15일 오후 조현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위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등청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강 대사는 외교장관 지시에 따라 한미 관계 전반에 대해 유관부처 업무협의 등을 위해 일시 귀국했다./뉴시스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작은 것들이 쌓이다 보면 나중에 폭발할 수 있다."

필자도 참여하는 언론인 연구모임에 지난 4월 초청연사로 나온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 교수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이처럼 진단했다. 그러면서 관세나 방위비 분담 문제 등 공개된 갈등보다는 조용히 쌓여가는 ‘불편한 요소들’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강경화 주미대사가 ‘전격 귀국’하는 모습을 보면서 필자는 신 교수의 ‘우려섞인 경고’가 떠올랐다. 특명전권대사가 주재국을 비우고 귀국하는 것은 외교가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주재국과의 관계가 악화해 항의할 사안이 생겼을 경우 통상 ‘대사소환’을 하곤 한다. 그런데 강 대사는 귀국하면서 "워싱턴 현지의 기류와 평가를 본부에 직접 전달하러 왔다"는 묘한 말을 했다.

한국 내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워싱턴 기류’가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그리고 16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계는 통상과 안보가 결합한 만큼 여러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상황이 총체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임을 압축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한미 관계를 이처럼 ‘위중’하게 만든 사안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외교가에서는 주로 ‘쿠팡 사태’와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역속한 ‘대미투자’ 문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른 추가 관세 부과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다. 또 한국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그리고 일부 종교인(기독교 목사 구속건 등)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내 기류가 좋지 않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쿠팡 사태의 경우 최근 미국 의회와 백악관에서 잇따라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 조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 하원 법사위는 보고서까지 내고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인 쿠팡을 표적 삼아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불공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가 약속한 ‘3500억 달러’ 투자의 이행을 놓고 미국이 강한 불만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유사한 투자약속을 한 일본이 이미 ‘2호 투자’ 프로젝트까지 발표한 것과 달리 한국은 아직 1호 투자 프로젝트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한국 정부의 대응은 나름 분주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양국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미국을 방문해 쿠팡사태와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등 현안을 조율했다.

특히 김 장관은 지난 22일 방미 길에 오르면서 기자들에게 "한미 동맹 관계가 그런(쿠팡) 이슈 하나로 흔들릴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해가 있으면 풀고 거리가 있으면 좁히겠다"고 말했다. 필자는 김 장관의 발언을 인상깊게 들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오해를 풀기에 앞서 이 정부내에 이른바 ‘안보파’와 ‘통상파’의 이견조율이 먼저 이행돼야 하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내 의견차가 심상치 않다는 애기를 종종 들어온 터다. 또 ‘동맹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패턴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관세폭탄’에서 보듯 미국이 개별 국가를 상대로 구사할 압박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예측 불가능성을 무기로 핵심동맹마저도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는 ‘적극 공세’를 마다하지 않는 만큼 쿠팡 사태 같은 이슈는 ‘국내법 위반’을 눈감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불만을 완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통상 이슈로 인해 안보 문제도 언제든 미국의 압박카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을 패권도전국으로 상정하고 강력하게 압박하는 미국은 한국의 중국접근외교에 강한 의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 동맹의 의미는 언제든 가장 중요한 기제로 다가온다. 따라서 대통령부터 유관 부처의 수장이나 각급 단계의 당국자들, 그리고 주요 대기업 등 핵심 행위주체들은 손을 맞잡고,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위중한 상황’은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 실용외교의 시각에서 현실을 직시하고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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