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김수민 기자] 국민의힘 내부를 거세게 흔들었던 '장동혁 대표 사퇴론'이 최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6·3 지방선거 직후 당내 비주류와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분출됐던 장 대표 퇴진 요구가 동력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장 대표가 강경 투쟁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가운데, 반장(반장동혁)계의 결집 실패와 '포스트 장동혁' 대안 부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장 대표의 리더십 회복이 아닌 무력감 속 '체념'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사퇴론이 잦아든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지도부 퇴진을 계속해서 강제할 '현실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사퇴 필요성에는 다수가 공감하지만, 지도부 교체를 현실화할 방법이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현행 당헌·당규 체제에서 지도부를 해체하려면 장 대표 스스로 사퇴하거나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지도부가 붕괴해야 한다.
그러나 장 대표의 자진 사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고, 친장(친장동혁)계 위주의 현 지도부 구도상 최고위원 동반 사퇴 역시 불가능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 없는 사퇴 주장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당내 피로감만 키운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포스트 장동혁'을 노리는 차기 당권 주자들의 복잡한 셈법이 작용했다는 해석도 있다.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둔 인사들이 아직 출마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해 판을 깨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인사들 입장에선 '내가 준비가 덜 됐으니 당장 지도부가 교체될 필요는 없다'는 비겁한 타산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국회 상임위 구성 협상과 특검법 국면 등 여당과의 대치 국면도 사퇴론을 잠재우는 명분이 된 것으로 보인다. 친한계 한 의원은 "원내 사안들과 특검 관련 대형 이슈들이 겹친 데다, 장 대표가 장외 투쟁까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사퇴를 목소리 높여 외치기엔 분위기가 정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장외 투쟁을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특검 법안 통과나 대여 투쟁 국면이 일단락되면 뜸했던 사퇴 요구가 다시 계기를 타고 터져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의 소강상태가 가진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장 대표 사퇴론이 잦아들어서 소멸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 대안이 없어 대표로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고 가는 단계"라며 "장 대표가 잘해서 권위나 리더십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포기 국면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부 반등한 당 지지율에 대해서도 장 대표의 리더십이나 쇄신 성과라기보다는 여당 내 당권 경쟁과 당정 엇박자의 피로감에 따른 반사이익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평론가는 "최근 지지율의 일정 부분 상승은 지방선거 당시 쇄신 노선을 내건 후보들의 당선과 새로운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희망이 결합된 효과"라며 "동시에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리더십 불안정에 따른 피로감으로 얻은 반사이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대표가 변화라는 미래 희망을 계속 막아서는 형국이 지속된다면, 여당의 정국 안정과 맞물려 당 지지율은 순식간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