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국회=이하린 기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 넘게 입법 이어진 입법 공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의 국내 도입 방안 마련을 공개적으로 지시하면서다. 정부가 부처 협의에 시동을 건 가운데, 국회가 모자보건법 개정 등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정치권에 따르면, 낙태죄와 관련된 입법 미비가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데 (법적으로)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끝나지 않으면서 허용하지 않다 보니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사고도 난다.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며 "법 개정 전에라도 (식약처에서) 약물을 허용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부처는 관련 내용을 긴밀하게 논의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 입법 미비로 '회색지대'가 5년 반째 이어오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2020년 말까지 대체입법을 주문했지만, 국회가 시한을 넘기면서 법적 공백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현대약품은 미프진 관련 품목허가를 지난 2024년 12월 세 번째 신청했지만, 아직 본심사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이에 국회가 모자보건법 개정 등 후속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이 사안을 둘러싸고 각 단체가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면서 향후 후반기 국회 입법에도 많은 부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의 선택 권리를 중요시하는 '프로초이스(prochoice, 낙태 찬성)'와 생명을 존중한다는 '프로라이프(prolife, 낙태 반대)'의 대립 구도가 여전히 치열하기 때문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 입법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법적으로만 끝낼 사안이 아니라 종교 등 여러 문제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단시간에 해결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가 극심한 대치를 이루고 있는 현재의 국회 상황도 낙태죄 입법 마련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무관치 않다. 여당의 일방적인 상임위원회 독점으로 여야 간 상임위 배분 협상이 공전하면서 법안 심사가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후반기 국회는 23대 총선을 앞둔 점도 부담이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의원들이 찬반이 첨예한 낙태죄 사안을 다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대 상반기 국회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3건에 이르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하기는 이전과 마찬가지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을 포함해 임신중지 수단에 수술 외 약물 투여를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보건복지위원회가 이를 주요 법안으로 다룬 적은 없고 여전히 계류 중이다.
상반기 보건복지위 소속이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안건이 올라와도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며 "법안소위에서도 법안을 낸 더불어민주당조차 (논의를) 되게 꺼리는 분위기였다. 원내1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다른 주제로 대충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