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보완수사권 폐지?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6.07.14 00:00 / 수정: 2026.07.14 00:00
민주당 내부서도 신중론 나와
보완수사권 폐지 숙고할 필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건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한병도(가운데)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배정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건 폐지에 대한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한병도(가운데)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15년 3월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때를 황당했던 시기로 기억한다. 법안 부정 청탁과 로비, 접대 등 부정부패의 문화를 근절하자는 법안 취지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과잉 입법 및 위헌 논란이 가라앉질 않았다. 그런데 당시 김영란법 찬성 여론을 의식했던 여야는 금품 수수의 직무 관련성과 관련해 법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다 협상 시한에 쫓겨 법안을 처리했다.

애초 공직자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비판이 적잖았고 과잉 입법 논란이 일었다. 여야는 이를 알고도 졸속 입법을 강행했다. 위헌성·형평성 논란이 거세지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여야는 김영란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단 하루 만에 보완 입법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사회에 만연했던 부정 청탁 문화를 단절하고 청렴 공정한 사회를 이루자는 입법 취지와 명분은 퇴색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광주에서 발생한 장윤기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이 사안은 여야의 시각차가 극명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8·17 전당대회 전까지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을 앞둔 만큼 새로운 형사사법체계에 맞게 형소법을 전면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없애선 안 된다며 보완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에 문제가 있다면 통제와 견제를 강화하면 된다는 견해다. 13일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는 내용이 담긴 형소법 개정안을 이번 주 안으로 당론으로 발의하기로 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저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원행정처도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충분한 보완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법조계와 학계가 우려를 쏟아내고, 심지어 정권 내부 인사들까지 속도 조절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서예원 기자
국민의힘은 법조계와 학계가 우려를 쏟아내고, 심지어 정권 내부 인사들까지 속도 조절과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서예원 기자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줄기차게 시도한 검찰개혁은 여당의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무소불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을 믿고 개혁의 드라이브를 거는 것까진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벤츠 여검사' 등 부정 청탁과 기적의 '99만 원 술접대' 사건과 같은 제 식구 감싸기, 표적 수사 논란으로 촉발된 검찰의 정치화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의 실망이 컸다.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마련돼 제도를 개선하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검찰 일각의 비위와 입법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올 정도라면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고민정 의원과 이소영 의원은 당의 입법 속도전 계획에 우려를 표했다. 홍기원 의원은 사회적 약자 대상 사건에 대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예외로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사용자성을 둘러싼 혼란은 어떻나. 과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단통법'은 어떻고.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정치권은 국민의 피해를 불러오는 졸속 입법을 경계해야 한다. 백번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반대 여론이 상당하다면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일을 해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우려가 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신중해서 나쁠 건 없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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